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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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 우죄 / 야쿠마루 가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에 머물렀던 당시에도, 아직도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야쿠마루 가쿠'란 작가의 소설로 처음 접한 것은 '침묵을 삼킨 소년'이었고 이후 '신의 아이'와 '형사의 눈빛' 등 최신 번역본이라 그의 전작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읽어본 작품들로 보자면 '우죄'를 비롯해 작가는 '소년법'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독 일본 소설에 많이 등장하여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년법'은 일본 현행법을 같이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같은 문제점들을 양상시키고 있기에 '소년법'의 허와 실에 대해 국민으로서 더욱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유수의 대학을 나와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있는 '마스다'는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다 기숙사를 제공한다는 문구를 보고 '사와켄제작소'에 면접을 보게 된다. 사장은 회사일과는 관계가 없는 자격증에도 사람들과 어울림에 문제가 없어보이는 마스다와 회사일과 관련된 자격증을 갖추었지만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지 않는 인상의 '스즈키' 두명을 모두 채용하게 되고 그렇게 마스다와 스즈키는 먼저 살던 세명의 동료와 함께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기숙사라는 조건을 보고 힘든 일임에도 면접을 봤지만 기숙사에 들어간 첫날 마스다는 열악한 기숙사의 환경을 보고 낙담하게 된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생활을 이어나가며 동료들과 친분을 쌓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자신과 달리 출신 지역이나 사생활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는 스즈키를 보며 동료들은 궁금증을 느끼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사와켄제작소에서 사무직을 보던 '미요코'는 스즈키와 마트에서 마주치게 되고 하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전 애인이 결국 자신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혼비백산한채로 집으로 도망친 미요코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방을 마트에 두고오는 바람에 집앞에서 전 애인과 맞딱드리게 된다. 배우로서의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한 미요코는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던 전 애인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 동거에 들어가지만 미요코의 매니저를 하며 가수의 꿈을 버리겠다며 전 애인의 꼬득임에 넘어가 성인물 AV 배우로 활약하게 되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자신을 유흥업소에 넘기려던 애인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본가로 도망가 인연을 끊지만 결국 자신 때문에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죄스러운 마음에 미요코는 본가와도 연락을 끊었던 사연이 있었는데 마침 자신의 가방을 가지고 와준 스즈키 덕분에 집앞에서의 대치는 어쨌든 종결되고 만다. 그렇게 미요코는 스즈키에게 자신의 과거를 속시원하게 털어놓게 되지만 스즈키의 반응은 누군가를 죽인 것도 아닌데 그렇게 힘들어할 필요 없다는 반응이었고 미요코는 그런 스즈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각자 말 못할 사정을 가진 이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싶어도 그저 자신의 죄를 움켜쥔 채 고독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비밀은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인해 하나씩 밝혀지게 되는데... 자신이 가진 상처를 먼저 털어놓으며 스즈키에게 다가가는 마스다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자신의 사생활을 비밀에 부치는 스즈키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사건으로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스즈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저 한순간의 호기심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청소년 범죄, 그러나 그들에게 내려진 형벌은 '소년법'에 의한 솜방망이 처벌로 엄청난 죄를 짓고도 그런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한때 철없이 저질렀던 죄가 주홍글씨로 낙인찍혀 평생을 따라다니는 두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우죄>가 아니더라도 이미 일본소설에 소년법을 다룬 소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같은 주제로 만나게 되는 소년법은 작가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면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우죄> 또한 '야쿠마루 가쿠'만의 문체로 탄생한 소년법 이야기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잔인함과 남은 평생을 속죄로 살아갈 가해자의 두 모습을 통해 복잡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어 소설만큼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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