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다가온 무더위에 제목을 보고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외모적인 잣대가 엄격한만큼 여성의 평생 과업이라고해도 모자람 없는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 무더위에 무던히도 노력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게 다가올 것 같다.
그동안 사회적인 문제를 위트와 풍자적인 요소로 소설에 녹여냈던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외모적인 모습에만 치중한 내용이 아니다. 예상했듯이 말이다!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40대에서 10대에 이르는 남,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의 핵심은 외모에서 풍기는 살 이야기가 아닌, 마음 속 불필요한 살을 빼자는 이야기이다. 무난하겠다 싶은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읽다보면 역시 '가키야 미우'답게 외모로만 상대방을 평가하려는 풍토를 고집으며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단순하지만 너무도 쉽게 간과하는 진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50을 눈 앞에 앞둔 '노리코', 그녀는 여자의 무기를 살려 애교와 외모로만 승부하는 엄마의 모습이 싫어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갔고 문구업체에 입사해서도 꾸준히 커리어를 쌓은 여성이다. 그런데 최근 점점 살이 오르고 있어 여간 고민스러운게 아니다. 살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사람들조차도 그녀에게 등을 돌리는 것 같아 서먹한 회사생활이 이어지게 되던 어느 날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의 저자 '오바 고마리'에게 개인 의뢰를 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기대했던 '오바 고마리'와의 첫 대면에서 여리여리하면서도 양가집 규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주인공은 퉁퉁한 동네 아줌마의 이미지인 고마리의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되는데 그럼에도 고마리가 노리코에게 해대는 조언엔 꼼짝할 수가 없게 된다. 고마리의 조언에 따라 조금씩 행동을 바꾸던 노리코는 다시금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하고 살은 물론 건강을 되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게 된다.
화족이라는 신분이지만 변변찮은 수입에 경제력이 없는 아버지와 화족이라는 이유로 평생 돈벌이를 하지 않았던 엄마를 둔 '니시키코지 고기쿠'는 제과를 배우고 그길로 나아가 성공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으나 돈 많은 집에 시집을 잘 갈 수 있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좋아하지도 않는 영문학에 진학해 재미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작은키에 체중은 어느덧 80킬로그램에 육박한 그녀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가문의 수치라는 눈총을 받게 되고 화족이지만 집안이 가난한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검소하다고 좋게 생각해주지만 자신의 모습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과의 '하루코'와 친해지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고민스러운 자신의 외모를 고마리에게 의뢰하게 되고 살 뿐만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조언을 듣고 인생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벽을 들이받는 차량 사고 후 일년 반의 기억을 잃은 '요시다 도모야'는 기억나지 않는 일년 반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 전까지의 기억은 생생한데 반해 일년 반의 기억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 도모야는 깨어나 거울을 본 순간 뚱뚱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이 후 병원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며 살이 붓는 가속도를 더 높이던 도모야에게 어머니가 고마리를 소개해주면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그녀에게 조언을 듣게 되는데.... 자신이 기억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이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의아함을 느끼게 되는 도모야, 사고와 함께 핸드폰과 노트북도 고장이 나서 볼 수 없다는 이야기에는 뭔가 의심스러움이 들지만 아무도 그에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던 어느 날 퇴원 후 잠깐 들렀던 본가에서 고마리와 부모님의 대화를 듣게 되고 도모야는 기억하지 못했던 일년 반의 기억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게 되는데...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며 어려운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10살 '마에다 유타'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늘 피곤에 찌들어 있는 엄마가 자신으로 인해 더 힘들어하는 것을 피해 잠든 엄마 대신 간단한 아침을 챙겨먹고 알아서 등교하는 기특한 아이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와 또래보다 작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로부터 구타와 따돌림을 받는 유타는 옆집 누나가 버린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란 책을 보게 되고 책을 계기로 옆집 누나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 도움을 바라던 유타는 고마리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게 되고 마침 집 근처에 살고 있던 고마리는 유타와 옆집 누나를 위해 엄마가 일에 쫓겨 해줄 수 없는 간단한 가정식 음식을 가르쳐준다. 이 과정에서 고마리는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유타의 엄마에게 양가집과 화해할 것을 조언하고 그로 인해 유타는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소중한 시간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뚱뚱한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로 뚱뚱한 외모 때문에 둔하고 미련맞아 보이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각자 안고 있는 고민이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그런 사람들의 눈초리에 휘둘리는 주인공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묵묵히 이뤄나갈 때 빛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무더위로 인해 남과 비교되는 외모 때문에 우울하고 자신감을 잃었던 사람이라면 자신감 충만을 불러들일 소설이라 이 여름 소설책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