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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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 반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하지만 앞에 붙은 수식어보다 암울하고 어두운 인생을 살다간 불운의 화가란 인상이 강해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짓눌리는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강렬함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전시회를 찾으면 광기와 암울함이 느껴져 둘러보고 나오는 길은 항상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지금껏 내가 알던 '빈센트 반 고흐'는 광기와 우울함, 고독과 외로움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그러다 최근 정여울 작가님이 쓰신 반고흐에 관한 글을 보면서 내가 알던 지식과 느낌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던 것인지 알게 되었고 생각지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면서 흥미로움이 생겼었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 이 책은 이미 출간된지 만 6년이 지난 책을 다시 엮은 책으로 반고흐의 동생이자 후원자이며 평생 그의 그림을 지켜보았던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내용을 싣고 있다.

반고흐는 일반인 또는 예술가들이 알아봐주지 않는 자신의 재능을 보고 격려해준 동생 테오와 죽기전까지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반고흐와 관련해 읽어보았던 책에는 동생과 주고 받았던 편지 일부분이 소개되어 전반적인 반고흐의 생애를 담고 있었다면 이 책은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고흐의 고민과 살아가며 내렸던 수 많은 결정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작가의 생각에 치우치지 않고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는 새장에 갇힌 새/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조용한 싸움/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명이 깃든 색채/ 내 영혼을 주겠다/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반고흐의 화가 입문 이전부터 1890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 초라한 다락방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고흐는 장남이었지만 살아 생전 보수적인 칼뱅파 목사였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불화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유일하게 그를 지지해주고 부모님과 중간에서 중재를 해주었던 테오는 반고흐와 달리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인물로 그가 있었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고흐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화가로 입문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고흐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오는 고흐의 그림이 팔리지 않는 와중에도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물질적 지원을 이어나갔는데 고흐가 사촌 케이에게 청혼하여 가족간 불화가 생겼을 때나 매춘부였던 시엔과 함께 살면서 그를 가르쳐주던 화가들조차 등을 돌릴 때도 테오와의 감정 소모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편지를 계속 이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오의 입장에서보면 예술적 재능을 향한 형의 열정을 높이 산다고해도 수년간 이어진 재정적 지원이 부담스럽고 임신한 매춘부인 시엔을 데려와 살기까지하는 형의 모습에서 체념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고흐가 죽기전까지 관계를 보면 동생 테오의 입장에서 형에게 했던 지원이 인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엔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짐과 그런 이유 때문에 삶을 어느정도 내려놓은 듯한 고흐의 모습이 불행한 결말을 예고하는 것 같아 읽고 있는 것이 고통스럽게 다가오는지라 역시 반고흐하면 따라오는 삶에 대한 예술적 고통의 느낌을 빗나가지 않는다.

어쩌면 뻔뻔스럽고 지독하게 고독하며 광기스럽게 다가오는 고흐의 단면은 편지를 통해 그가 얼마나 세심하고 감수성이 예민한지, 문학적 지식 또한 상당하고 냉정하며 반항적이기까지 한 그의 자화상과 달리 시엔의 일화를 통해 그저 사랑받기를 갈구했던 한 남성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하다. 이런 느낌은 그가 죽기 전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보면 더욱 잘 느껴지는데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죽은 후에라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란 안도감은 그저 불행했던 그의 삶을 추억하기 위한 사람들의 합리화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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