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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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장편소설


오래전 이 책을 읽다 도중에 덮어 놓고 책장에 그대로 꽂혀 방치되었던 <즐거운 나의 집>

나에게는 완수하지 못한 과제처럼 책장 한켠을 자리잡고 있던 책이었기에 이번에 새 단장을 하고 찾아온 이 책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가족간의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제목에 담아낸 느낌에 끌려 구입해놓고 왠지 글들이 와닿지 않아 겉돌기만하다 멈춰버린 이야기....그때 왜 나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벽을 만들어버렸을까, 그때 이 책을 제대로 마주했더라면 쉽고 강하게 흔들렸던 마음속 바람을 좀 더 유연하게 맞이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위녕의 환경과 위녕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도 있었던 나는, 어쩌면 마지막에 행복함에 웃음짓고 좀 더 성장할 위녕의 모습에 두려움과 배신감을 느끼기 싫어 스스로 읽기를 포기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읽게 된 <즐거운 나의 집>은 그때 왜 읽지 않았을까란 후회감과 이제라도 온전하게 읽어냈으니 그걸로 되었다는 위안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잘나갔던 소설가, 주춤했던 시절과 함께 다시 잘나가기 시작한 소설가,

하지만 그녀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세번의 이혼을 겪어냈고 성이 다른 세 명의 자녀가 있는, 요즘 시대에서도 다소 쇼킹하게 다가오는 사생활에 사람들의 시선 또한 다양하게 갈린다. 그런 그녀의 첫째 딸인 위녕이 아버지에게 엄마와 살고 싶다고 선언한 후 엄마가 사는 집에서 성이 다른 두 남동생과 엄마, 엄마의 지인 두분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3을 앞둔 위녕은 작가인 아버지와 새엄마, 의붓동생 위현과의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하고 소설가인 엄마와 살겠다고 선언한 후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대학생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며 첫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은 민주화 운동이 사그라들고 현실에 부딪히며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되었고 후에 위녕의 아버지로 인해 엄마와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은 채 위녕은 속앓이를 하듯 엄마를 그리워하는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칼 같은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아빠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엄마, 밥상머리에서도 책을 놓지 않는 둘째 둥빈이와 까불기만하는 철없는 막내 제제, 결혼을 하지 않은 노처녀 서저마와 아버지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다 과부가 되어버린 막딸 아줌마,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후 작은 서점을 하는 다니엘 아저씨, 고양이 라떼와 밀키, 위녕의 친구 쪼유가 등장하고 이 책은 생각보다도 더 시끌벅적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란 이런 것이며 그럴수도 있겠다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족'하면 3대가 한집에 살며 며느리가 시부모님 봉양하느라 과연 저런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요즘 저런 집이 있기는 할까? 싶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나 각자가 바쁜 삶을 사느라 식탁에 모여 밥먹기도 힘든 요즘 시대의 핵가족이 떠오르는데 뭔가 고정된 가족의 틀에서 이 소설은 많이 벗어난 느낌을 준다. 첫번째로 성씨가 다른 세 남매 이야기부터 압권인데 그것을 떠나 위녕이 자신을 키워준 새엄마에게 느꼈던 감정과 후에 어릴적 느꼈던 그런 감정들을 아빠, 새엄마와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 위치에서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통해 서로의 오해와 이해를 통해 가족이기에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틀에서 조금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씨도, 성격도 각자 다른 세 아이를 키워가며 엄마로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삶을 늘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기도할 줄 아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 젊은 날 위녕의 입장에서 생각했었던 것에서 벗어나 같은 엄마가 되고보니 위녕 엄마의 태도와 말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 내 자신을 보면서 가족과 자식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세상의 잣대에 휘둘려 그만큼의 크기에 맞게 사람을 바라보고 남들이 하니까 조바심에 나도 따라가야하는 수 많은 판박이 부모의 모습에서 다르지 않은 내 모습은 괴로워도 부딪히며 고민해나가는 위녕 엄마의 모습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인데 육아서보다 더 많은 깨달음과 엄마로서의 위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즐거운 나의 집>, 나는 내 아이에게 세상에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강한 믿음과 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랑의 열쇠를 줄 수 있는 부모인가? 소설을 읽다가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져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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