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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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K / 도쿄타워 / 릴리 프랭키 지음

나는 '도쿄타워'하면 공허함에 짓눌린 현대인들의 마음이 떠오른다. 화려한 붉은색의 거대한 철탑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현대인들의 페르소나의 상징처럼 느껴져 아릿함마저 전해진다. 그와 더불어 '에쿠니 가오리' 원작 '도쿄타워' 영화에서 흘러나오던 '야마시타 타츠로'의 'forever mine' 음악도 함께 떠오르는데 그런 도쿄타워의 느낌과 '릴리 프랭키'가 쓴 '도쿄타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2006년도에 출간되었다던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출간되어 엄청난 인기를 달리며 이후 영화화까지 되었고 이 소설을 쓴 '릴리 프랭키'라는 인물의 다재다능함에도 놀랐지만 내가 생각하던 이야기가 아닌,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 기교는 빠진 담백함이 전해져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마치 팽이 심지처럼 꼭 한가운데 꽂혀 있다.

도쿄의 중심에.

일본의 중심에.

우리 모두가 가진 동경의 중심에.

하릴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신께서 때때로 하늘 아래로

손을 내밀어 그것을 고사리 돌아가듯 빙글빙글 돌린다.

빙글빙글, 팽글팽글, 우리도 돈다.


후쿠오카의 고쿠라라는 곳에서 태어난 '마사야', 다섯 형제의 장남인 철없는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그곳에서 마사야와 어머니는 마사야가 네 살이 될 무렵,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된다. 부모님의 별거생활이 시작되며 처음으로 터전을 잡은 곳은 아버지의 누님이 사시는 집이었고 1년 뒤 후쿠오카의 시골, 치쿠호라는 작은 탄광촌인 어머니 고향으로 옮겨가게 된다.

한때는 호황을 누렸을 곳이지만 마사야가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 치쿠호는 이미 쇄락의 기운으로 생기를 잃은 곳이었지만 그런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에게는 보이는 모든 것들이 놀이터와 장난감으로 즐거움을 누렸던 나날들, 없는 살림에도 어머니가 일하러가 없는동안 제 자식처럼 밥먹이고 재워주던 인심 좋은 일화들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정겹게 다가왔다.

이후 외할머니집에서 나온 마사야와 어머니는 병원 건물에서 기괴한 살림을 시작하고 마사야가 머리가 점점 커져갈수록 어떤 연유에선지 호적을 정리하지 않은 채 이혼도 하지 않고 별거만 하는 부모님의 사정이 궁금하기만하다. 하지만 차마 물을 수 없어 가슴 속 궁금증으로 남겨둔 마사야, 딱히 이혼하지 않고 별거 생활을 하며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이를 키운 마사야의 어머니는 빠듯한 살림에서도 마사야의 옷은 물론 가지고 싶어하던 것들을 척척 사주어 마사야가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성장하게 된다.

이후 미술 공부를 위해 어머니와 떨어져 뱃부로 혼자 유학생활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가 해주던 맛난 음식과 홀로 생활해야하는 외로움을 맛보게 되고 이후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방탕함으로 청춘을 보내며 졸업도 하지 못한채 1년을 더 들여 졸업하게 되는 이야기와 도쿄에서 홀로서기를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일거리가 주어지면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일거리가 많지 않아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고 그런 악순환으로 힘들었던 젊은 시절 이야기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려는 찰나 홀로 살던 어머니의 갑상선암 소식에 마사야는 어머니에게 도쿄에서 자기와 함께 살자고 이야기한다.

많은 생각을 했고 어머니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그 이야기에 마사야 자신도 어머니가 흔쾌히 수락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되겠냐는 뜻을 전해오고 그렇게 고등학생때부터 떨어져 살던 어머니와 다시 함께 사는 생활이 시작된다. 어머니는 도쿄의 병원으로 옮긴 뒤 성대를 떼어내지 않아도 병을 치료할 수 있었고 주기적인 병원행은 있었지만 병에서 쾌차되어 한시름 덜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도쿄에서의 동거 생활에서 마사야의 어머니는 젊은 사람은 늘 배가 고픈법이라며 마사야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불러 항상 배불리 먹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사야 본인보다 어머니와 친해져서 오게되는 손님들이 늘게 된다. 음식 솜씨가 뛰어났던 어머니는 언제고 누가 올지 모른다며 늘 밥을 한솥해놓고 마사야의 친구들이 오면 거하게 밥을 먹이면서도 정작 본인은 찬밥을 먹으며 괜찮다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같은 마음이란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훈훈한 어머니의 마음은 멀리 고향을 떠나 외롭고 힘겨웠던 사람들에게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줬고 마사야의 집은 그래서 늘 북적이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장소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갑작스럽게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 투병하는 이야기에서 평생 어머니 등골만 파먹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자식과 아픈 와중에도 자신이 죽고나서 자식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도쿄타워>는 정겨운 시골 풍경과 젊음을 무기로 부딪혀보지만 결국 가진 것 없이 고생만하는 도쿄의 생활과 홀로 자식을 키우며 부족한 것 없이 다해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 도쿄에서 병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따뜻한 정이 자신에게까지 이어져 사람들과 오랫동안 교류할 수 있었던 이야기로 자식과 어머니는 탯줄로 이어져있던만큼 자식이 성장하고 부모가 연로해도 그 끈은 보이지 않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다.

눈물 없이는 볼 각오를 하지 말라는 당부처럼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마음과 그럼에도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가 평생 고생만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더 먹먹해졌다. 기교가 넘치거나 웃기거나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아 더욱 가슴 깊이 전해졌던 것 같다.

희망사항이던 '언젠가'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다가오지 않지만,

몹시도 두려워하던 '언젠가'는 돌연히 찾아왔다.

'엄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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