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 온 Go On 1~2 세트 - 전2권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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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덧없고 가벼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빅 픽처'의 강렬한 이야기 때문에 이후 읽게 되었던 이야기들이 조금 기대에 못미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글라서 케네디'란 작가의 신작이 반가우면서도 왠지 모를 만감이 교차함을 신작을 만날 때마다 느끼게 되는데 한동안의 공백을 깨고 만난 이번 작품 <고 온>은 그동안 빅 픽처 작품에 한정되어 있던 '더글라스 케네디'란 작가의 다른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명문대를 나왔고 집안도 괜찮았던 엄마는 결혼 후 베트남전에 출전했던 아버지와 결혼해 경력이 단절되었고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군인 출신으로 보수적일 것만 같은 아빠는 앨리스에게 담배를 제대로 피우는 법을 알려주는 등 의외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앨리스의 엄마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아 아침부터 뜨거운 언쟁을 일으키기 일쑤이고 그로 인해 집안 공기는 늘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명석한 두뇌와 모범적인 삶을 사는 큰 오빠와 하키 선수로 활약하다 교통 사고로 자신감을 잃은 둘째 오빠,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유대인과 동성애인 친구와 어울리느라 함께 손가락질 받는 앨리스,

앨리스의 가족이 모인 자리는 어딘가 나사가 맞지 않아 삐그덕대는 의자에 앉아 언젠가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젖은 듯한 느낌을 준다.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의 끈을 놓는 즉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까 두려워 차라리 그런 긴장감의 끈을 애써 잡고 있는듯한 애처로움까지 느껴지는데 속상하면서도 왠지 공감도 되어 왠지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앨리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앨리스의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등장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위로가 되지 못하는 상황들을 엿볼 수 있다. 그 속에 1970년대 미국의 정치적 이슈들과 당시 미국 사회 기저에 깔려 있었던 인종 차별, 동성애에 대한 반감,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위선을 눈감아주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앨리스의 남자친구였던 유대인에 대한 비하 발언과 앨리스의 친한 친구였던 칼리가 동성애였기 때문에 당하는 모욕과 조롱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보다는 그것에 묻혀 함께 조롱하거나 못본척하는 상황들은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현재에 비추어봤을 때 조금이라도 인식의 발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시대가 그러했으므로 지나친 인격에 대한 공격에 조금씩 분노하게 될 즈음 명석하고 지혜로운 앨리스의 남자친구의 활약이 눈에 띄고 이후 앨리스가 대학교로 진학하며 새로운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덤덤하게 이야기에 등장한다.

큰 기복없이 사랑도 모범생 같은 사랑만 할 것 같은 앨리스가 고등학생 때 사귄 남자친구 이후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귀게 되는 남자친구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당시 사회적 배경을 앨리스의 삶을 통해 잘 녹여내고 있고 이미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충분히 엿보았던 그들의 성에 대한 개방성이나 파티 문화 등도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앨리스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과 1970년대에서 80년대의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 그 속에서 비뚤어진 인식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럼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보수주의자들과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다루고 있어 덤덤한 듯 다가오지만 문득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녔는지 깜짝 놀라게 되어 반문하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이번 작품으로 '더글라스 케네디'란 작가에게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고착화된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었고 한 사람의 인생이 갑자기 송두리째 파괴되는 것을 그저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해주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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