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음사 / 사하맨션 / 조남주 장편소설



돈벌이가 될 만한 관광지도, 교역을 할만한 그 무언가가 정비되어 있지도 않은 작은 어촌 마을을 지자체와 협력을 맺은 기업이 들어와 사업을 확장했고 빠른 성과를 냈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은 지역 발전과 이어지지 않아 계열의 건축 회사나 유통업체, 금융회사들만 살아남았고 결국 지자체가 기업에 약속했던 지원 조항들은 독이 되어 기업에 팔리게 되고 이로써 이상한 도시국가가 탄생한다.

그들은 이 도시국가를 '타운'이라 명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지닌 주민, 또 다른 이름인 L로 불리우는 사람들과 범죄 이력은 없지만 주민 자격은 갖추지 못한 L2, L과 L2의 이름으로도 불리지 못하는 '사하'가 부류 형성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주민 자격이 되지 않으나 고향을 떠날 수 없어 2년마다 자격 심사와 건강 심사를 견뎌내야하는 L2와 마땅한 이름도 없는 사하 신분의 이들, 그들은 주민이 하지 않는 힘들고 더러운 일들을 소개소에서 받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삶에 지친 이들이다. 더럽고 힘든 일이지만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그마저도 못하게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은 세울수도 없는 막막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 그런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하맨션'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우며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어 늘 병들어 있다.

병들어 누워있던 아버지가 죽자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생계를 잇던 엄마가 아무런 예고없이 난간에서 떨어져 죽고 센터의 사장은 자살로 마무리하지만 그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도경은 사장을 칼로 찌르고 누나인 진경과 함께 배를 타고 타운에서도 으슥한 사하맨션으로 숨어든다.

푸른 한쪽눈을 가진 '사라', 힘들게 보육사가 되었지만 호흡기 감염으로 희생자가 되어야했던 은진, 조산사였지만 낙태 수술을 받다 사람을 죽인 꽃님이 할머니, 연구소에 주기적인 검진을 받으러가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우미 등 <사하맨션>에 등장하는 이들의 사연은 우리가 사회에서 목도한 크고 굵직한 사건들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2년마다 체류기한을 연장해야하는 L2와 L의 신분에서는 우리 사회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습이, 현실적인 찬반 논란이 뜨거웠지만 과연 무엇이 정답인지 가를 수 없었던 낙태 문제와 범죄자로 살아가야하는 이들의 답답한 현실과 싱글맘 손에 길러지는 아이들이 내몰리게 되는 사각지대, 호흡기 감염으로 죽어가던 은진의 이야기에서 보육원에 감염을 옮겼던 의사들의 함묵은 가습기 살균제로 죽어간 수 많은 희생자들이 떠올랐고 국가에서 살아갈 수 없어 타운으로 향하던 수 많은 사람을 태운 배가 하루 아침에 아예 없던것처럼 묻혀져버린 이야기에서는 세월호 이야기가 떠올랐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둡고 음침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들은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란 의구심이 떠오르지만 이야기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최근 우리가 분개했고 아직도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과 닮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은 희망이 없는 어둠뿐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답답한 울분을 내내 느껴야했고 마지막장으로 치달으며 코끝이 찡해져오는데도 그것이 슬픔인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순간적인 충격을 느껴야했던 <사하맨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모순덩어리를 조남주 작가의 문체로 한권에 잘 담아낸 것 같다.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 그리고 그걸 다 기억해야 해서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잊지 않아야 한다.

망각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서 감수했다.

잊지 않는 일, 증언하는 일, 기록이 되는 일,

기쁜 일을 오래 기뻐하게 하고

슬픈 일을 오래 슬퍼하게 하는 일.

하지만 자신의 기억이 원하는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어 가치 있게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여자의 정확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