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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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독의 꽃 / 최수철 장편소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최수철 작가님의 <독의 꽃>

흐트러진 매트리스 위의 살풍경한 모습은 주인공의 삶이 쓸쓸함과 황량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그 자체로도 고독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은 냉장고 속에 넣어놓고 간 곰팡이 핀 반찬을 먹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채로 북한강 변의 한 종합병원에 실려오게 된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주인공은 병원에 도착한 즉시 위세척과 하제와 해열제를 투여 받은 후 폐기능 악화와 간, 신장, 혈액, 순환계통 등이 급격히 약해져 집중 치료실에 수용되어 관리받게 되고 간헐적으로 의식 상태가 돌아오는 와중에 자신의 옆에서 관리받고 있는 환자 '조몽구'가 밤마다 잠꼬대처럼 ̝어대는 몽환적 이야기를 들으며 <독의 꽃>은 시작된다.

<독의 꽃>은 주인공의 옆 자리에 있었던 조몽구란 인물의 이야기로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십 대 후반쯤으로 추정되며 그가 밤마다 읊어대던 삶이란 그의 아버지가 조영로로 시와 소설, 희곡과 시나이로를 쓸 정도로 관심 분야가 다양했지만 실상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작가로 그의 열망과는 대조적으로 문단계에서도 좋은 평은 물론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조영로에게는 처음부터 제대로 꿰어지지 못한 단추였던 아내가 있었으니 조영로의 실상을 알게 된 후 아내는 아이 갖는 것을 기피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조영로는 자신의 몸에 축적되어 있었던 독을 퍼뜨리게 되고 잘못될 뻔한 몽구를 기적적으로 살린 후 그녀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한다.

몽구가 태어난 후 몽구에게 지극정성인 아내를 보며 질투에 휩쌓인 아버지 조영로와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몽구의 이야기는 그의 유년 시절, 학창 시절, 군대 시절 이후로 계속 '독'이란 주제에서 떨어질 수 없는 삶을 그리고 있다.

몽구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픈 아이였던 자경과의 이상한 경험이 아이들 눈에 띈 의후 그녀를 좋아하던 반장 용한의 괴롭힘이 시작되고 그러던 어느 날 몽구의 몸 안에서 폭발한 독으로 인해 교실안에 있던 아이들은 군집독 현상을 일으킨다. 이후로 이어지는 몽구의 곁에 있었던 친구들, 군대에서 벌어진 현상들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독' 이야기는 몽구를 더욱 처절하리만치 고독으로 밀어넣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한 채 외떨어져 징그러운 뱀과 같은 이미지로 묘사되는 그의 모습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기이한 독과 관련된 현상들,

이야기는 몽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독과 관련된 이야기로 그의 인생이 저주처럼 물들어 비춰지지만 어쩌면 자신이 미처 품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사람들은 다양한 독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몽구의 이야기처럼 비극적이거나 고독하거나 처절한 경험은 없지만 누구나 자기 내면의 처절한 고통을 맛보게 했던 경험이 결코 독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독의 꽃>은 있는 그대로 읽으면 꽤나 난해하고 어렵게 다가오지만 몽구와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여 미친듯 살아 숨쉬는 듯한 독은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민낯,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럼 무서웠지. 늘 무서웠지.

세상도 무서웠어.

이 세상에 독이 아닌 게 없거든.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독을 가지고서 세상과 싸워야 해.

하지만 '독'에 대항해서 우리를 지키게 하는 '약'도 얼마든지 있어.

독이 약이 되고 약이 독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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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랑을 만나면 약이 되고

원한을 만나면 독이 돼.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우리의 하루하루는

독과 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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