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가키야 미우'란 작가는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 되었다. 제목이 주는 흥미로움 때문에 펼쳤던 소설이었으나 현대 사회를 담은, 인간이 소멸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을 담은 적나라한 내용에 매료되어 타 작품에도 열을 올리며 읽는 독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만나봤던 책들이 제목들이 심상치 않았던만큼 <후회병동>이라는 이번 작품의 제목 또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리란 충분한 예상이 가능한 가운데서도 어떤 기발함과 문필력으로 다가올지 유독 기대되었던 작가 '가키야 미우',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겹쳐보이게 되었기에 페이지를 펴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렸던 것 같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을 돌보는 루미코는 어릴 적 아버지와 이혼한 뒤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며 고생한 어머니가 자신의 공부 성적에 기뻐하는 것을 보고 죽어라 공부만하였고 그렇게 의사가 되어 십년이란 세월동안 의사로서 죽어라 환자만 돌보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일 외에 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서툴기만 하다. 거기다 의사로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에선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의 원성을 받는 일도 잦았으니 루미코는 환자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보다 기계적으로 진료를 하는 것이 더욱 편한 의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로부터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고 축 쳐져있던 루미코는 짧은 점심 시간에 병동 앞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욱여넣다 화단에서 청진기를 발견하게 되고 주인을 찾지 못해 결국 본인이 사용하기에 이른다. 급하게 환자를 보려고 청진기를 댄 순간 별안간 환자의 속마음이 청진기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의 돌아가고 싶었던 인생의 순간을 되돌리며 죽음이란 공포와 두려움 속에 마주한 환자들에게 행복한 마지막을 선사한다.

그 속에서 가족들간의 오해는 되돌려진 시간 속에서 오해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청진기가 아니었다면 오해만을 끌어안고 죽음을 맞이했을 환자들은 되돌려진 시간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던 루미코는 청진기를 통해 환자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넘어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성숙해나가는 루미코의 모습이 가슴 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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