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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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트리거 / 더 라스트 걸 / 나디아 무라드 자서전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유일무이한 신을 섬기는 자들의 이권 다툼과 그로 인한 종교적 전쟁을 이해할 수 없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자신들이 믿는 신이 더 우월하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탄압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수에 대한 통계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들이 그토록 숭배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나로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신의 이름으로 인간을 탄압한다는 이상한 논리에는 전혀 찬성할 수가 없다. 어쩌면 종교적 신념이 없기에 모든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복잡하고 배타적인 종교적 이야기를 들먹이기 전에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돌이킬 수 없는 잔학한 짓은 어떤 종교적 신념으로도 구원받을 수 없다는 생각은 변함 없을 것 같다.

이라크 북쪽 지역에 작은 야지디 마을인 '코초', 시리아와 접해 있지만 신자르산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지형인 탓에 IS가 무장을 하고 마을에 쳐들어 왔을 때 그들은 멀리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야지디는 고대 일신교로 미트라, 조로아스터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와 공통점이 있고 독특한 교리와 개종할 수 없다는 것, 야지디 종교인끼리의 결합이라는 폐쇄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종교인들에게 이단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공격이나 탄압의 대상이 되어오곤 했다. 현재 전세계 백 만명 정도의 야지디 신자가 있는데 이런 종교적 독특함이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나디아가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야지디라는 독특한 종교가 IS로부터 강압적인 개종을 강요받고 이에 응하지 않자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들을 집단학살하고 수 천명에 달하는 여인과 소녀들을 그들의 성노예로 착취한 이야기는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가난하고 야지디 종교인들만 모여 사는, 어떻게보면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타인의 그런 시선과 달리 자신들은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야디지인들, 그 속에서 한참 사춘기 소녀답게 예쁜 것을 보면 좋아하고 결혼식 신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간직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나디아의 평범했던 일상은 IS가 마을을 점령하면서부터 사라지게 된다. 뿔뿔히 흩어져야했던 가족과 총을 든 무장군인들의 감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압박감, 마을 사람들을 소집하기 전날 소중한 것들을 태워야했던 그들이 심정은, 같은 인간으로써 존중받아야 할 인권과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 속에 뒤섞인 체념과 무기력함이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IS에게 납치당해 고문과 폭력, 성폭행을 당했던 나디아는 극적으로 탈출해 현재 야지디 지도자로써 그들의 인권과 여성의 인권에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눈앞에서 오빠들이 처참하게 죽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순식간에 겪으며 사춘기 시절을 보내다 지옥에서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그렇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극심한 고통과 잊고 싶은 잔상들이 떠올라 아마 일상 생활을 이어가기에도 많이 힘든 나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모든 것들을 딛고 자신의 겪은 일을 전면에 나서 한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용기와 결단에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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