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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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배웅불 /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배웅불(送り火) : 오봉에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의미로 피우는 불



종합상사에 다니는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인해 전학이 잦은 '아유무'의 이번 전학 장소는 도쿄에서도 한참이나 북쪽 지방인 '히라카와', 도쿄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8시간만에 도착한, 몇 개의 산을 지나 도착한 적막하고 한적한 산골 마을에서 중학교 마지막 시절을 보내게 된 아유무는 이사한 첫 날 동네 목욕탕에서 또래 아이와 마주치게 되고 새로 전학가게 된 제3중학교에서 그 친구가 '아키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속한 학년이 졸업한 후엔 폐교가 확정된 시골 중학교는 3학년이라고 해봐야 남자는 자신을 포함한 6명 뿐이고 그나마 1,2학년은 합반으로 이뤄지는 작은 학교, 잦은 전학만큼이나 무리에 녹아드는 일이 자연스러운 아유무는 곧 그들과 친해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학생들이 학교 구관에 모여 화투놀이 하는 것을 구경하게 된다. 그들이 하는 화투놀이는 일반적인 화투놀이와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아키라가 선이되어 두장씩 패를 돌리면 패의 월수를 합하여 13에 가까운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게 되고 13이 넘으면 망통이 되어 패하게 되어 벌칙을 수행하게 되는데 어느 덧 구경하던 아유무도 화투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그날의 망통이 받을 벌칙으로는 아웃도어용품점에서 칼을 훔치는 것으로 정해지는데.... 칼을 훔쳐야하는 이유로 고등학생 무리에게 얽혀서 폭행을 당했는데 바로 호신용 무기로 칼이 지목된 것이었고 이윽고 화투 벌칙자로 미노루가 걸려 칼을 훔치게 된다. 이윽고 칼을 누가 소지하느냐에 화투 게임이 걸리게 되고 아유무가 이겨 칼을 소지하게 된다.

그렇게 산골 마을에서의 생활은 별 문제없이 흘러가는 듯하였으나 청소 시간 과학실에서 몰래 훔친 황산을 놓고 또 다시 화투 놀이가 시작되고 벌칙자로 미노루가 지목되어 아키라는 황산이 들은 액체를 미노루에게 붓는데... 하지만 살벌하게 느껴지는 게임은 아키라의 장난으로 넘어가게 되지만 이후로 이어지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건 벌칙에서도 어김없이 미노루가 걸리는 것을 보고 아유무는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순간 아키라가 마술처럼 미노루에게 망통의 패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른 친구들이 미노루를 놀리면 앞장서서 미노루를 지켜주는 아키라의 모습과 의미를 알 수 없는 화투 게임에 점점 회의를 느끼는 아유무.

그러던 어느 날 아키라는 심심하다며 '저승님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고 그 제안에 혐오감을 드러내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며 아유무는 마뜩잖은 기분을 느끼는데...

저승님 놀이란 땡볕 밑에서 몸을 굽혔다 폈다 200번을 한 뒤 줄넘기로 목을 조를 때 저승님을 만나는 놀이로 아유무는 도대체 그 놀이를 왜 해야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키라의 재촉에 싫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역시나 망패를 잡은 미노루가 걸리게 되고 줄넘기에 목이 감겨 숨을 헐떡이던 순간 다른 친구의 도움으로 게임이 중단된다.

도시 아이들처럼 영악하지 않을거라는 예상을 깨고 도대체 왜 해야하는지 알 수 없는 게임을 진행하는 아키라와 당황하거나 혐오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부정하지 않는 친구들의 모습, 번번히 벌칙 수행자로 자신이 지목돼어 몹쓸 짓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그것을 수행해나가는 미노루, 아유무는 그때마다 전면에 나서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번번히 당하는 미노루를 도와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아유무는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왜 이런 게임을 진행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키라의 권유에 늘 참여하게 되면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겪게 된다.

그렇게 방학이 지나고 조금만 있으면 아버지의 전근으로 새로운 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될 아유무에게 친구들이 시내의 노래방에 나가 놀자며 부르고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간 아유무는 처음 보는 남자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배웅불이란 단어가 낯설기는해도 대강 어떤 뜻인지 느낌이 왔던지라 단어에 맞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책을 읽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진행이 되어 이해할 수 없는 놀이를 계속하는 아키라와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유무의 마음처럼 내내 조바심을 느끼게 됐던 것 같다. 그런 조바심은 마지막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맞이하게 되고 아유무는 자신이 나서서 미노루를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왜 그 화살이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된건지 알 수가 없어지면서 더욱 혼란스러움을 맞이하게 된다.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약한자를 향한 괴롭힘은 사실 별 이유없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매체로 접하는 청소년들의 폭행 사건의 영악함과 대범함에 익숙해져있던 사람들이라면 <배웅불>에 나타나는 괴롭힘은 또 다른 잔인함으로 다가와 마지막 장면에서 깊은 충격과 경악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동안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들을 읽으면서 인간 내면에 대한 섬세하고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들을 많이 만났지만 '배웅불'은 범죄 소설 못지 않은 강력한 충격이 있어 책을 덮고서도 한참동안 생각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됐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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