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스토리콜렉터 73
헤더 모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북로드 /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 헤더 모리스 장편소설




히틀러에 의해 수 많은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실험실에서, 굶어죽고 병들어 죽고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로 총살당하고 매맞아 죽을 때 같은 시기 일본의 탄압을 받던 수 많은 조선인들이 비슷한 이유로 죽어갔다. 독일이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전범가담자들을 처벌할 때 일본은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역사왜곡을 일삼고 뚜렷한 증거 앞에서도 오리발을 내밀며 조선인들이 원했고 심지어 자신들의 전쟁 화약고로 삼았던 조선의 발전 밑거름이 자신들 덕이라는 말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당시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행해졌던 인권유린과 약탈, 강간, 살인등은 후손된 입장에서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아야할 역사 교훈으로 삼아야하지만 독일을 떠올리면 자신들의 과오를 부정하는 일본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는 크게 유대인과 루마니아인으로 나뉘는 공동체 안에

살고 있지만 그들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국적이 아닌 민족이다.

랄레로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는 다른 국가를 위협할 수 있다.

국가는 힘을 가졌고 군대를 가졌다.

하지만 어떻게 여러 나라에 퍼져 있는 하나의 민족이

위협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이 유럽 전역에 악의 손길을 뻗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낼 때 랄레는 자신의 집이 있는 슬로바키아로 돌아간다. 매력적인 외모로 백화점에서 여성들에게 향수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유대인이 아닌 친구에게서 조만간 유대인에게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독일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자신의 고향 슬로바키아 크롬파치로 향하게 되지만 모든 유대인 가정에서 18세 이상의 자녀 한 명을 독일 정부에 내놓아야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결혼하여 조카까지 있었던 큰 형을 대신해 자신이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열차에 오른다.

말끔한 양복과 책, 돈을 가방에 싸서 탔던 랄레는 더럽고 먹을 것도 주지 않는 화차안에서 며칠동안을 시달리며 아우슈비츠에 도착하게 된다. 그 곳에서 입고 있는 옷과 가지고 온 모든 물건들을 빼앗기고 이름 대신 '32407'이라는 문신을 부여받은 랄레는 숙소에서의 첫날 밤 소변이 급해 간이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찾았다가 먼저 와서 용번을 보던 세 명이 아무 이유 없이 친위대의 총에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런 며칠이 흐르며 랄레는 승합차 안에 태워진 수용자들이 총살을 당하고 그 시체들이 트럭이 실리는 것을 본 후 실신하게 되고 그렇게 며칠동안 고열에 시달리다 눈을 떴을 때 여러 사람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중 프랑스 경제학 교수였지만 정치범으로 끌려와 아우슈비츠에서 문신가를 하던 페판에게 '테토비러(문신가)'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고 나중에 아론이 실신하여 시체 수레에 던져질 뻔한 그를 친위대에게 사정하여 빼와 숙소 사람들이 돌아가며 치료를 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적발되어 아론이 끌려가며 자신이 랄레를 구한 것이 '하나를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라고 했던 말을 듣고 오열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테토비러'일은 수용소에 끌려온 수 많은 사람들에게 팔뚝에 숫자를 새기는 일이었고 랄레는 자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에게 문신을 새기는 일에 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페판이 끌려가 보이지 않게 되고 어느정도 일이 손에 익을 때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보다 테토비러 일을 하는 랄레의 배식 형편이 더 나은 것을 알고 자신의 몫을 조금씩 가져와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여자들이 수용소로 들어오게 되고 그 곳에서 랄레는 '4562'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사로잡히게 되고 곧 이어 그녀의 이름이 '기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가 되었고 테토비러 일을 하며 끌려온 사람들 소지품에서 나온 보석등을 현지인이지만 돈을 받고 일하러 오는 빅터와 먹을 것으로 교환하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게 되지만 결국 친위대에 발각되어 고문을 당하는 수용소로 옮겨지게 되지만 기타의 친구 도움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 있었던 랄레는 조만간 러시아인이 이 곳을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기타와 헤어져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가는 도중 탈출하게 된다.

같은 시각 기차에 태워져 이동하게 된 기타도 무리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탈출을 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랄레와 기타가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는 부분에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사실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는 글로 읽는 것보다 영화로 보아야 더 사실적이고 충격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이야기를 더듬어가면서 머릿속으로 한편의 흑백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생존 인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 아우슈비츠의 생생함과 그 속에서 피어난 기적같은 사랑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랄레와 기타가 살아있는 상태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소설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마지막에 두 사람은 극적으로 재회한다. 하지만 이것이 픽션이 아닌 사실이라는 점이 더욱 감동적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랄레의 부탁으로 친위대의 부름을 받고 기타가 숙소로 오는 상황에서 친위대의 부름은 곧 죽음과 연관되어 다시는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없다는 공포감이 기타의 입을 통해 전해질 때 이들에게 주어진 매일매일은 언제 갑자기 죽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의 연장선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의 소설이 영화 한편을 본 듯한 진한 감동을 주었던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끔찍한 역사적 사건도, 랄레와 기타의 사랑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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