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란 단어를 떠올리면 어마무시할 정도로 활활 타올라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마는 거대한 불꽃이 생각난다. 그런 이유로 소설보다는 시각 전달이 빠른 영화를 봤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던터라 소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화재란 주제를 어떤 이야기로 풀어갈지 호기심이 들게 됐던 것 같다.
고시 준비를 하는 형과 고등학생인 여동생,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형진은 화곡동 월세 원룸촌에서 살고 있다. 소방공무원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형의 다짐을 받는 와중에도 그 끈을 놓지 못하던 형진은 다친 할머니를 도와주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게되고 그 시간만큼 일하다 늦어버린 귀가길에서 자신이 사는 빌라 담벼락에 스키 마스크에 항공점퍼를 입은 낯선 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낯선이에게 다가가 하지말라는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의 얼굴에 무언가 뿌려지고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형진을 덮친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로도 번져 거대한 불덩어리로 변하게 되고 기억이 가물거리는 와중에 형진은 건물안에 잠들어있을 여동생을 부르다 기억의 끈을 놓는다.
그렇게 병원에서 깨어난 형진은 여동생이 죽었다는 사실과 자신의 얼굴이 괴물로 변했다는 절망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발작 증세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락에 빠지게 되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범인을 찾기 위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범인의 흔적을 찾지만 형진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과 모방범이라는 오해일 뿐이다. 그렇게 8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형진은 그 중 반은 노숙자로 서울의 길거리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데....
한편 잘나가던 기자생활을 하던 정혜는 남자 잘못 만나 신세가 꼬여 간당간당하는 기자생활을 해나가게 되고 그러던 중 선배로부터 형진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형진에게 접근하여 어느 덧 화재사건을 함께 취재하기 시작하는데....
형진과 정혜는 형진의 인생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미친 방화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자신의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방화를 저지르는 이야기가 더해져 꽤 흥미진진하게 읽혔던 <화곡>, 화재와 관련된 전문적인 이야기와 화상을 입은 형진의 괴로움등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