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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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과 관련된 소설은 사실 그대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도 쉽지 않은 주제만큼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사회적 편견과 잣대로 그들을 재단하기 때문에 동성애 관련 소설은 꽤나 무겁고 우울하다.

하지만 동성애란 단어만 떠올려도 한없이 가라앉는 우울감이 드는 기분은 내가 느끼는 현실감보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이 너무나 적대적이고 그것을 이슈화시키는 언론의 행태가 도가 지나치다는 것에 있는데 최근 동성애 관련 소설을 읽게 되면서 소설 속에 마냥 사냥을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기에 이후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기긴하였지만 이런 내 생각을 주변에 말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동성애 관련 소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지만 그에 반해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고 있었기에 201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레스>란 소설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었다. 그렇게 걱정을 가득 안고 읽은 '레스'는 지금까지 읽었던 동성애 관련 소설과 다르게 좀 더 유쾌하게 다가왔다. 아마 동성애 관련 소설이란 것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면 '이게 동성애 관련 소설이었어?'라고 반문할 정도로 독자들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심지어 레스가 만났던 다양한 직종의 남성과의 잠자리 묘사조차도 가볍게 훅 치고 들어와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친구의 아들인 '프레디'와 9년동안 연애를 한 '아서 레스', 나이 든 시인 로버트 브라운번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혼자가 된 아서에게 여러명의 애인이 있었지만 아버지를 못견뎌하는 프레디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애인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9년이 흐른 뒤 아서는 프레디에게 결혼 청첩장을 받게 된다. 중년의 나이에 사랑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피하고자 아서는 그동안 받기만하고 펼쳐보지 않았던 다양한 초청장들을 골라내 멕시코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인도 등을 여행하기로 한다.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에 혼자가 된 레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랑을 했지만 현재 그의 곁에는 애인도, 자식도 없고 심지어 9년이나 사귄 애인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느꼈을 레스의 공허함이 느껴질만하지만 무겁고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전해져야할 절박함을 작가는 예상을 깨고 유쾌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자신의 지난 사랑을 되돌아보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날들을 추억해내는 레스의 이야기는 또 그 나름대로 잔잔함을 선사해준다.

동성애의 사랑은 현재 진행형에만 맞춰 생각하기 나름이라 동성애자의 중년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이 책은 참 여러가지로 고착화된 동성애 이미지를 바꿔주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따라가기 버거웠던 이야기 형식을 벗어나 동성애 이야기도 이렇게 색다르고 유쾌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즐겁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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