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감각은 뛰어났으나 타인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성격과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는 시대적 불운이 겹쳐 힘겨운 생을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 내가 아는 반 고흐의 삶은 고작 이 정도이다. 그동안 보았던 전시회에서도 강렬한 색채의 그림들 사이로 무겁게 흐르던 장송곡 같은 음악과 함께 곁들어진 설명에는 반 고흐에 대한 온갖 우울하고 불운한 이야기들 뿐이라 반 고흐하면 정신적 우울감과 강렬한 눈빛의 자화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한다.
아마 정여울 작가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란 책을 읽지 않았다면 반 고흐의 단편만을 보고 느낀 기억의 끈으로 평생 그를 기억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어쩌면 왜곡되었을지도 모를 수 많은 '빈센트 반 고흐'의 모습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꽤나 강렬하고 특별했던 또 하나의 경험이 되어주었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라는 제목만 보아도 반 고흐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는데 무엇 하나 결정되지 않아 불투명하기만한 대학원 시절, 빚을 내면서까지 반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던 경험만 들어도 그녀의 고흐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듯하다.
빈센트가 태어나고 자란 네덜란드 준데르트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렸던 누에넨, 광부들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을 대변하는 그림을 그렸던 벨기에의 몽스, 고갱과 함께 살았던 프랑스의 아를, 고흐가 입원해 있던 생레미의 정신병원, 고흐를 지지해 주었던 가셰 박사의 정원이 있던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 등 빈센트가 거쳐갔던 수 많은 순례지를 찾아가며 그가 느꼈을 삶의 모습과 그의 내면의 모습까지, 그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그가 느꼈을 모든 감정들을 느끼기 위해 떠나는 발자취는 지금까지 알아왔던 빈센트의 모습을 폭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금껏 보았던 빈센트의 전시회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사람들과의 융화가 힘들었을만큼 괴팍하고 고집이 센 빈센트의 이미지와 그럼에도 한결같이 그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었던 동생 테오가 있었다는 것과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고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를 향한 분노가 점점 자신을 갉아먹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불운한 말년을 맞이했던 모습이었는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빈센트의 여정에서 이런 일차원적인 감정이 얼마나 얕고 보잘것 없는 것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같은 그림을 보고 그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너무도 다른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을 보면서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암울하고 우울한 모습을 띈 강렬한 눈빛의 자화상은 세상을 향한 분노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열정을 승화시키기 위한 신념의 눈빛이었음을 정여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색다른 관점에서 빈센트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