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유리 열쇠상 수상작 <유리병 편지>는 유리병 속에서 발견된 피로 쓴 편지라는, 흥미로운 사건의 발단 외에도 아직 접해보지 못한 덴마크 소설이란 점도 꽤 흥미롭게 다가왔던 소설이다.
어딘지 모를 창고에 3일동안 갇혀 있는 두 아이, 타르와 해조류 냄새, 오래된 신문을 이불 삼아 지독한 추위에 맞서며 버티고 있지만 온몸이 가죽과 쇠창살에 묶여 있고 입은 테이프로 봉해져 소리를 지를 수도, 탈출을 시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두 아이 중 형은 가느다란 나무에 자신의 피로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의 글을 써 유리병에 담아 바다로 흘려보내게 된다. 그 유리병은 몇년 후 한 어부에게 발견되어 경찰관의 손에 넘어가게 되지만 불운한 사고를 당한 경찰관 대신 유리병에 관심을 보인 이는 없었으니 그렇게 또 몇년이 흐르던 어느 날 유리병에 관심을 보인 이들로 인해 드디어 유리병 안의 피로 쓰여진 편지가 세상에 나오게 되지만 오랜 세월의 영향으로 글자 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 덴마크어라는 판단에 카를 반장에게 의뢰가 들어오게 되고, 가뜩이나 할일이 많은 카를은 누군가 장난으로 유리병 안에 써넣은 글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만 계약직으로 자신밑에서 일하는 로세와 아사드의 노력으로 점점 글자가 짜맞춰지는데....
한편 언제 올지 모르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미아는 4년을 함께 산 20년 연상의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잠깐씩 집에 들르는 일 외에는 한참동안 왜 연락이 없는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이까지 있지만 간혹 남편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면 매몰차게 대하는 통에 미아는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허탈하기만하다. 그렇게 공허한 마음으로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미아는 동네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목사의 아들로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남자,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의 아버지는 사람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아내와 자식들을 학대했고 그런 가정에서 억압과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진 채 자란 남자는 자신안에 분노를 키우며 왜곡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직장에서 건전한 삶을 살아가기보다 그는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 유사종교인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아이들을 납치하고 돈을 요구한 뒤 다시는 자신의 뒤를 밟지 못하도록 한명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신분을 위조하여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미아라는 20살 연하의 아내가 있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여호와 증인 가정에 접근한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호감을 불러일으킨 후 두 아이를 납치하게되고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근처에 사는 여성에게 접근했던 남자는 그 여성이 경찰관의 동생이란 사실과 생각보다 그 여자가 영리하다는 것을 알게되고 납치했던 아이들의 부모와 이 여성과의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유리병 안에 들어있던 편지를 조사하던 카를은 드디어 피로 쓴 편지의 주인공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납치했던 남자와 주변 인물들, 카를이 조사하던 사건들과 카를 주변의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엔 사건과 중심 인물들 외에 등장하는 인물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이야기를 조금 어수선하게 이끌어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읽다보니 왠지 시트콤처럼 다가오기도해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된 채 살아가는 유사 종교인들의 생활과 비뚤어진 부모의 가치관으로 인해 올바른 잣대를 잃어버린 한 인간의 이야기는 수년동안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 이전에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들었었다.
스릴러이며 어두운 이야기지만 나름 예상을 빗나가는 코믹한 장면이 나오기도하고 납치범이 두 아이를 납치한 후 돈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인 라켈과 남자에게 배반당했던 이사벨이 남자를 추격하는 신에서는 흥미진진해서 더 가속도를 높이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북유럽 스릴러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북유럽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유리병 편지>, 처음 알게 된 작가지만 특색있는 문체로 인해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