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등단 30주년 문학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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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실화보다 더 실화같아 논란이 되었던 <해리> 이후로 만나게 된 책이라 과연 그 강렬함의 뒤를 어떻게 이어갈까란 생각에 이번 작품이 더욱 궁금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시 만난 공지영 작가님의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는 책 표지부터 공지영스럽지 않은 색상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는데 제목만 봐서는 에세이집 같지만 이 책은 공지영 작가의 등단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 앤솔로지로 30년동안 그녀가 냈던 주옥같은 글들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평소 공지영 작가님 팬이라면 30년이란 세월, 그녀의 인생이 담겼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 속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어 그 자체로도 가슴 떨릴 경험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고등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인간에 대한 예의, 높고 푸른 사다리, 도가니, 해리,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등....공지영 작가의 팬이 아니더라도,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제목만으로도 어느 작가의 글인지 알만큼 친숙함이 묻어 있는 것이 공지영 작가만의 무기가 아닐까 싶은데 여러 작품의 글들을 뽑아 냈기 때문에 기존에 읽었던 작품이라도 갑자기 한 문장과 대면하게 되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처음 보는 글인듯 생경함이 들기도 했다.

작가가 그동안 냈던 작품들 속 문장들만 모은 책은 다른 작가의 책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지만 유독 처음 읽는 듯한 생경함이 들었던 것은 공지영 작가만의 섬세한 문체로 인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도 단어 하나하나에 녹아든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는게 늘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던지라 더 그렇게 느껴졌던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다만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사랑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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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사랑을 말입니다.


공지영 작가의 글은 섬세하고 예민하다. 그녀만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면 글귀를 마냥 놓쳐버리기 일쑤다. 되돌아와 다시 읽고를 여러번 되풀이하는 일은 언젠가부터 그녀의 작품을 읽는 루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매 작품마다 쉽다는 생각이 한번도 든적이 없었다. 그렇게 읽었음에도 여전히 이 책속에 담겨 있는 문장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참으로 기묘하기만하다.

다시 읽고 화들짝 놀랄만큼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글귀들도 있지만 강경한 생각을 미처 따라가지 못해 반발심이 나도 모르게 들게 되는 문장들도 더러 있다. 아무 생각없이 읽게 되는 다른 작가들의 글과는 달리 공지영 작가의 글은 극과 극을 오가는 생각을 던져주기에 작품을 만나기 전에도 어렵게 다가오고 만난 후에는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 같다.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공지영이란 작가의 글을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매 작품을 대할때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30주년 문학 앤솔로지를 마주하며 나는 그동안 만났던 공지영이란 작가의 어떤 작품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여러번 되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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