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빌라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2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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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 / 시냇가 빌라 / 김의 소설

 

 

 

 

시신의 핸드폰에서 짧게 신호음이 울린다.

 

 

다짜고짜 시신의 핸드폰에서 신호음이 울린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김의 소설의 <시냇가 빌라>

제목만 들으면 도심의 한적한 곳, 크지는 않지만 졸졸졸 냇물 소리가 흐르고 그런 시냇가 맞은편으로 바라보는 저녁놀이 멋있을 것만 같지만 정작 그런 상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름만 시냇가 빌라.

 

그 곳에 4년이란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201호에 둥지를 튼 솔희는 별 이유없이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얼마전까지 공방을 운영했다던 202호 여자와 동네 쌈닭 101호 여자, 등이 굽은 해 아저씨와 화가 부부가 사는 3층 이웃을 두고 있다.

 

이혼 후 오빠 덕분에 겨우 받은 위자료로 집을 마련했지만 딱히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라 늘 궁핍한 생활인 솔희, 주유소에서 만났던 인연이 닿아 '인생국수집'에 면접을 보고 알바를 시작하는 삶을 시작하지만 정작 삶에서 달라진 건 없어보인다. 성당 바자회에서 만나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시어머니가 싫어한다며 고양이 티티를 떠넘긴 티티의 전주인이 아는 동생이 사정이 생겨 키울 수 없다며 말랭이라는 몰티즈를 떠넘기고 101호 여자는 낙엽이 떨어지고, 누군가 현관에 구토를 하고 길가에 눈이 쌓이면 어김없이 솔희를 찾아와 치우라는 억지를 피우는 일은 일상속에 매번 반복되어 일어난다. 더군다나 솔희의 집주인도 아니면서 빌라에 온갖 잡일은 솔희에게 떠넘기는 101호 여자의 몰상식에 왜 내가 해야하냐고 한마디쯤 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별말 없이 하란대로 하고 있는 솔희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다가도 맥이 딱 하고 풀려버린다.

 

그 속에서 등에 난 혹 때문에 솔희가 해아저씨라 부르는 3층 아저씨에게 반찬을 가져다주고 추운 겨울 장갑을 사다주는 등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이 비친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그런 날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뭔가 비밀이 생겨버린 두 사람.

 

<시냇가 빌라>에는 자신의 대학 친구와 바람이 난 남편에게 구타와 언어 폭력을 당하던 솔희의 모습이 등장한다. 결혼하고 7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로 빈둥거리는 남편을 대신해 직장에 다니며 새벽에 일어나 밥과 반찬까지 바지런하게 차려놓던 솔희, 그런 그녀에게 사랑과 존경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던 남편, 그 지옥같은 결혼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혼자가 되었을 때 남편이 곁에 없어 행복했지만 솔희의 빈곤한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챙겨주고 신경써주는 이웃들, 아무 이유없이 자신을 째려보거나 하인처럼 부려먹는 사람들, 어찌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아 더 마주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조용히 졸졸졸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큰 변화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풀어놓는다. 그 속에서 뭔가 시끌벅적한 큰 일이 나는 건 솔희를 찾아와 깽판을 놓는 전남편이거나 말랭이가 짖는다고 뛰어올라와 큰소리치는 101호 여자뿐이다.

 

얼핏보면 일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지만 어찌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 주변의 이야기인 것 같아 자꾸만 뒤로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종국으로 치달을수록 숨가쁘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가슴 언저리가 짠하게 만드는 결말은 그럼에도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을까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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