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고나면 왠지 소설만은 아닌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곤하는데 그도 그럴것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듯 민감한 국제 정세가 그대로 소설속에 등장해 뉴스를 보며 깨름직했던 이야기들의 퍼즐이 비로서 맞춰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는 소설은 소설일 뿐 확대 해석해 현실과 혼동하지 말라고하지만 사실과 허구의 사이에 왠지 그럴듯한 음모론이 존재할 것 같은 의문을 독자가 느낀다면 그것 역시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가 따라올만큼 이야기 구성도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장민하 검사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연수할 때 만나 친해진 위안 검사에게 한국인 피살 사건에 대한 협조 수사 요청을 받는다. 베이징에 도착한 날 피살된 이정서는 평양발 고려항공을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고 바로 그러한 행적으로 인해 장검사는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소설가인 이정서는 주로 국제 정치 외교를 다룬 소설들을 썼었고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통화기록을 통해 대통령안보보좌관실에 전화를 걸었던 내역이 확인되면서 장검사는 쉽지 않은 사건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그렇게 의뢰받은 국회의원 간통사건과 이정서의 사건을 조사하던 장검사는 이정서의 부인을 통해 그가 죽기 전 북미관계를 다룬 소설 원고를 받아 읽던 중 소설의 내용이 간통 사건에 연관된 의원을 비롯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던 무리와 관련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며칠 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친했던 동기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국정원 도청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장검사는 노무현 대통령조차 어쩌지 못하는 제3의 개입자가 미국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모든것이 이정서의 소설과 긴밀한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한국을 위해 로비를 펼치다 위기에 몰린 로버트 김의 후원회를 찾았던 준과 미래는 그 곳에서 범상치 않아 보이는 김상도를 만나게 되고 그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그가 미래에게 나방의 배 안에 캡슐을 넣어 봉해달라는 이상한 실험을 부탁하는데....
<제3의 시나리오>는 2004년도에 출간된 소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며 국정원 도청 사건을 파헤치려하지만 결과적으로 흐지부지되며 한동안 매체에서 연일 시끄러웠던 그때의 기억들, 그리고 911테러로 인해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이에 한국에 파병을 요청함에 있어 당시 한국사회에 불어닥쳤던 찬반토론, 벌써 15년이나 된 이야기지만 연일 매체를 통해 난리도 아니었었기에 이 소설은 실제의 사건과 실존 인물들, 허구의 인물들이 적절히 섞여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왜 15년이나 지난 이 소설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을까?
북미관계를 그리고 있는 <제3의 시나리오> 이야기가 지금의 정세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시절 6.25 전쟁 때 유엔군을 비롯한 한국 파병군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며 감사하게 생각해야한다는 교육은 한참이 지나 과연 그것을 사심 없는 이타적 행위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꼈었는데 소설 속 준과 미래가 미국에 대해 서로 찬반 토론을 펼치는 이야기에서 우리 부모님이 생각하는 미국에 대한 생각과 우리 시대가 느끼는 미국에 대한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졌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반도의 국제 정세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라 15년전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전혀 위화감 없이 다가와 벗어날 수 없는 허탈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