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분단을 극복한 천재시인 백석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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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하우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시전집



본명은 백기행인 백석 시인, 일제가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발판삼기 시작했던 시대에 태어나 당시 엘리트로서의 행보를 보이며 조선일보사와 만주 안동 세관에서 근무하였고 자신이 근무하던 조선일보에 '정주성'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스펙과는 달리 시를 들여다보면 감성적이면서도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데 마냥 감성적이기만한 것이 아니라 방언으로 인한 사내의 감수성도 느껴져 백석 시인만의 독특한 시를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백석 시인하면 젤 처음 떠오르는 시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아닐까 싶다. 백석 시인의 시를 거의 읽은 적이 없는 나조차도 그 제목이 떠올랐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일단 제목만 들어보면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다른 시와는 달리 뭔가 시대적인 세련미가 엿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눈이 푹푹 나리는 밤에 나는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고 가진 것 없어 가난한 나를 나타샤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눈이 푹푹 내리는 밤 나타샤 생각에 골몰해 있는 나의 바람을 나타샤 또한 알고 있어 안올리 없다는 내용에 사랑하는 이에 대한 지금 내 마음과 현실적으로 그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없어 산 속 오두막에 가서 살자는 마음은 번민으로 가득한 지금 생활을 접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쓸쓸한 바람이 강하게 느껴졌다. 후에 부록에서 백석 시인이 칭한 나타샤가 잠깐 동거했던 적이 있는 김영한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여류시인 3인방과도 교류가 활발했던 것을 감안하면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어'로 시작하는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 백석 시인을 가르켰다는 것과 천재시인 이상이 좋아했다는 최정희에게 백석 시인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와 함께 연서를 보냈다고하니 나타샤가 김영한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은 알 수는 없지만 꽤 흥미로운 일화로 다가온다.

백석 시전집이라 꽤 많은 그의 시가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오후 3시를 넘어서는 햇빛을 '샛노랗디 샛노른 산골 마가슬'이라고 표현하고 '추일산조'라는 제목의 시에는 '아침볕에 섶구슬이 한가로히 익는 골짝에서 꿩은 울어 산울림과 장난을 한다'라는 기막힌 표현을 하는데 시골에서 자랐고 정확히 그 표현을 보고 들었던 경험이 있던지라 참 재치있는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백석 시인의 시들을 한번에 읽고 이해하기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해하고 보면 섬세한 감수성과 자연을 표현한 글들이 꽤 가슴 벅차게 다가오지만 시 속에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옛말들과 방언들이 많아 한번에 읽으며 시의 감동을 오롯이 느끼기에는 막히는 단어의 뜻때문에 여러번 읽고 그 의미를 음미해야했다. 그래서 아마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껏 이상 시인처럼 어렵고 난해한 시는 보았지만 방언들과 옛말들이 많아 흐름이 깨졌던 시를 읽었던 경험은 처음이었던지라 그 자체로도 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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