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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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서재 / 지폐의 세계사 / 셰저칭 지음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하고 없는 자들은 없는 것에 한탄하게 되는 '돈', 그래서 많이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는 애증의 표적이 되고 그로 인해 별별 사건이 벌어지기도하지만 그런 돈, 즉 지폐에 담긴 다양한 세계사의 이면을 볼 수 있다니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꽤 흥미롭게 다가오는 주제였다.

<지폐의 세계사>는 세계 각국 지폐의 탄생 비화와 42개국 지폐도감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선명한 지폐 속의 인물이나 동물, 기하학적 무늬를 통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성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지폐는 물론 해외 여행을 할 때도 그 나라의 지폐 안에 어떤 인물이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42개국의 지폐를 통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세계사를 알기 이전 그저 지폐의 모양 그자체를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듯하다.

그렇게 선명한 그림들에 눈길을 사로잡히면 그제서야 그 속에 숨은 사연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는데 가슴 아픈 내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인물 그림이나 빈곤했던 일반인들의 삶을 담은 그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 화려한 색채의 식물이나 동물이 그려져 있는 그림등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으로 인해 벌목되어지고 피폐해지는 자연과 돈으로 인해 여유 시간이 없어지며 노동의 노예로까지 전락해져버린 인간의 자화상으로 비춰 기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 기묘함이 있긴하지만 그럼에도 유럽이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지폐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흥미로움 그 자체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작가가 세계를 누비며 지금은 볼 수 없는 옛날 지폐나 한정판 기념으로 나온 지폐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므로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과 북한의 지폐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하였지만 한국의 지폐는 특색이 없어서 그랬는지 소개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했는데 일본에서 2000년에 발행된 2,000엔 기념 지폐에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에 나오는 그림과 그림 왼쪽에 흘려쓴 듯한 서예 글씨는 옛것 그대로를 잘 살린 지폐라 꽤 특색있게 다가왔고 인종주의자들에 의해 흑인들의 문화를 창세기에 등장하는 열등한 인종인 '함'의 자손으로 만든 후 통치를 편하게 하기 위해 투치족과 후투족의 분쟁을 일으켜 내전과 그로 인한 대학학살이 일어나게 되니 슬프고 악랄한 전쟁의 휴유증을 남긴 부룬디와 르완다의 지폐의 역사는 독재를 이념이란 미명하에 교묘히 숨기며 수 많은 인명피해를 만든 역사와 겹쳐 보여 슬픔과 분노감을 함께 느끼게 되었다.

13세기 세계 대륙의 5분의 1을 차지했던 몽골의 지폐도 소개되는데 몽골하면 징기츠칸과 드 넓은 초원, 유목민 생활을 빼면 그들의 역사와 유적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하였는데 5,000투그릭이나 10,000투그릭 지폐 뒷면에 칸의 궁전 앞에 설치된 실버트리는 손님 접대를 좋아하는 호방한 그들의 문화와 뱀의 입에서 포도주나 미주, 마유주, 벌꿀주가 나와 손님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는 드 넓은 대륙을 호령하던 그들의 기개를 엿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책 초판에 등장하는 스페인 지폐에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인물 사진과 작품이 등장하는데 지폐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스페인 내전을 고발한 '게르니카'를 그렸던 입체파 화가 '피카소'의 그림을 관심 깊게 보다가 그가 우리나라 신천대학살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앞서 고야가 '1808년 5월 3일 학살'이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림에 대해서 전혀 지식이 없지만 그들이 가진 재능으로 내전을 비판한 그림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에 꽤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기에 지폐에 그려진 고야의 얼굴은 그 자체로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지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그럼에도 가벼운 호기심으로 들춰보게 됐던 책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악랄함과 잔인함, 그럼에도 평화를 바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메시지와 각 나라에 담긴 역사를 볼 수 있어 흥미와 지식, 깨달음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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