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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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 XX <남자 없는 출생> / 앤젤라 채드윅 장편소설


지금껏 당연시 여겨왔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큰 저항감이 없었던 부모님 세대에서는 결혼이 늦는 현상과 결혼을 했음에도 아이를 낳지 않고 연애하듯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에 대한 심심찮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에는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현상을 요즘은 한집 건너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왜 안그러겠는가, 하지만 그런 부모님 세대도 <XX : 남자 없는 출생> 같은 이야기가 당장 내일 뉴스 기사로 나온다면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남,녀 부부가 더 낫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서른 다섯에 '포츠머스 포스트' 기자인 '줄스', 서점에서 일하며 그녀와 십년 넘게 동거중인 '로지',

별볼일 없는 외모와 두 살이 되기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준, 딱히 직업도 없는 아버지와 빈민촌에서 자랐던 줄스,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뚜렷한 직업 없이 술과 대마초를 피우며 나태한 모습을 보였던 아버지였지만 줄스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주고 뭐든 다 잘해낼 수 있을거라는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아버지와 달리 부유한 양부모를 둔 로지, 살아온 환경과 나이는 다르지만 그녀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가슴 속 아픔까지도 보듬어주며 굳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십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아이를 크게 원하지 않았던 줄스와 달리 로지는 늘 아이를 원했었고 줄스에게 재촉하지는 않았지만 로지가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알고 있던 줄스는 여행지에서 아이를 가져보자고 이야기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통한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포츠머스대학의 제퍼슨 교수가 15년동안 연구한 남자의 정자 없이 난자와 난자의 체외수정 볍안이 통과되면서 임상실험이 시작되고 기증받은 정자가 아닌, 오로지 자신들만의 아이를 위한 이 실험에 줄스와 로지가 참가하게 된다.

가족력을 포함한 신체사항등의 복잡하고 꼼꼼한 서류를 통과한 줄스와 로지는 2주간의 배란 촉진 호르몬 주사와 난자 채취 시술등을 겪으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게 되고 몇팀의 커플 중에서 동양인 커플과 자신들만 유일하게 인공수정이 되면서 환희에 차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누설로 인해 줄스와 로지가 언론에 노출되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난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인한 생명 탄생은 그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며 종교와 보수단체,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진다.

돈을 제안하며 자신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는 언론사에 줄스는 무반응이란 태도를, 로지는 정면으로 공개하고 대응하자고하지만 오랜 세월 언론사에서 일했던 줄스는 그저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자며 로지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난자 대 난자 실험을 정치적 이슈로 사용하는 정치인과 종교, 보수적인 사람들의 비난, 언론사들의 집요함은 직장에서,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급기야는 실험 연구를 하던 스콧의 집에 누군가 방화를 하게 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과 같이 체외수정에 성공했던 커플의 아이가 사산되고 뭔가 비밀을 간직한듯한 베카의 모습, 처음부터 로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체외수정을 반대했던 줄스의 아버지 등 주위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이 두 주인공들에게 미치는 이야기가 세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다가온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의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기쁨 뒤로 줄스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로지에게 아이를 갖자고 한일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과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없어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면서 과연 아이가 잘 태어날 수 있을지, 이 커플이 헤어지지 않고 굳건한 믿음과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다가온다.

비록 우리가 평범하다고 여기는 임신은 아니며 하루도 조용히 그녀들을 놔두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를 잉태하고 아이를 만나기 위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너무나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마치 현실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보수적인 꼰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동성간 이야기에 관대한 척했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씻겨낼 수 없는 선입견으로 인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언저리에 걸려 있었는데 결국엔 부모로서의 마음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에 그들의 사랑을 나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굉장한 휴머니즘이나 페미니즘의 이야기보다 그녀들의 상황과 탁월한 심리묘사가 더 기억에 남았던 소설이다.

하지만 그네에서 솟아올라 주변을 에워싼 콘크리트

주택들과 낙서투성이 담장과 녹슨 차들을 한눈에 보니,

나도 편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나는 성실한 일꾼이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를 대느라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한참 전에 작아진 옷을 계속 입고 다니면서

성장을 멈춘 일상을 고집스레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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