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담출판사 /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 /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행복이란 단어와 자살이란 단어가 묘한 위화감을 주는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

하지만 그런 염려에도 주인공 실비의 고독까지도 유쾌하게 다가와 생각보다 이야기가 술술, 그것도 너무 재미있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4년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얼마전에 병투병 중인 아버지를 여읜 실비, 마흔 다섯이라는 폐경을 앞둔 나이지만 결혼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애를 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하는 것도 힘들다. 동정을 일으킬 만큼 못 생기지도 욕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예쁘지도 않으며 어중간함과 무기력함, 창백하고 평범한 인상이라는 진단을 가차없이 자기 자신에게 내린 실비아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50만 유로를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었고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전문직인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늘 고독과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말에 순종적이었던 실비아는 모범생으로서의 삶을 성실히 살았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더이상 무엇 때문에 살아야할지 방향을 잃고 괴로워하게 된다. 급기야는 머릿속에 온통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꽉차게 되고 프랑크라는 심리치료사를 찾아 자살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자살 계획을 털어놓는 실비아, 하지만 심리치료사인 프랑크는 한술 더 떠 구체적으로 언제, 몇시에 자살할지 물어보고 이에 실비아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에 자살하겠다는 답을 내놓게 되면서 프랑크는 실비아에게 자살을 실행하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자신과 상담을 진행하며 그동안 실비아를 옥죄고 있던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비아가 살면서 감행해보지 못했던 숙제를 하나씩 내준다.

프랑크가 처음으로 내준 숙제는 실비아의 성격과 반대되면서도 기발한 것이었고 이에 실비아가 선택한 것은 블라질리언 왁싱이었다.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왁싱에 하다 기절하여 구급차에 실려가는 민망함을 겪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껏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을 성취했다는 자신감이 붙은 실비아, 그 후에 두번째로 내려진 미션은 비난받아 마땅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었고 실비아는 대형마트에 가서 물건을 훔치기로 결정한다.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긴장 속에서 결국 실비아는 물건값을 다 지불하고도 빨리 도망쳐야한다는 압박에 물건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일들을 하나씩 수행하게 된다.

점점 색다른 미션을 수행하던 실비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함에서 오는 신체와 정신적 충만감을 느끼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거금을 들여 옷을 사는 등 자신의 어시스턴트인 로라의 도움으로 페북 친구인 에릭과 데이트하게 되고 지금까지 내면을 채워주지 못했던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는 엄격한 아버지로부터 절제된 삶을 살며 자기 내면의 자유와 행복감이 무엇인지 모른채로 자란 실비아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 느낀 상실감이 자살과 연결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는지라 마흔 다섯임에도 삶의 즐거움이나 인간과의 유대, 사랑에 서툴기만한 미성숙한 여성이 심리치료를 겪으며 일탈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우울한 삶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이다.

다소 코믹적인 내용이 가미되어 있으면서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미성숙한 자아를 찾아가는 실비아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어 가슴 찡한 면도 발견할 수 있는데 올해 영화 개봉이 확정되어 있다고하니 예상보다 재밌어서 휘리릭 읽게 되었던 소설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탄생할지 또한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