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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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1세기북스 / 책이나 읽을걸 / 유즈키 아사코

'런치의 여왕'에서 '다케우치 유코'의 활짝 웃던 미소가 절로 떠올랐던 소설 <런치의 앗코짱>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지 '유즈키 아사코'가 읽었던, 기억에 남는 고전을 모아 놓은 <책이나 읽을걸> 또한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책이나 읽을걸>은 '유즈키 아사코'가 읽었던 고전을 서평식으로 풀어쓴 글들이다.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부터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까지 꽤 많은 고전들이 등장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고전이 실려 있어 고전의 다양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유즈키 아사코'는 프랑스 고전을 좋아한다고 언급하는데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들의 삶,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 속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상이 반영되어 여성의 정숙함과 무지함이 가장 큰 덕이라는 당시 남성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데 최근 셰익스피어 단편집을 통해 요즘 시대에서는 용납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 나와 경악하게 만드는 통에 고전에 대한 흥미가 시들했었는데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작가가 읽고 한번 걸러주는 고전 이야기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졌던 것 같다.

정숙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했던 시대에 귀족들은 자녀를 수녀원에 보냈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소녀들이 기계적으로 같은 덕목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신의 열정과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살아야하는 이야기에 솔직히 '유즈키 아사코'같은 매력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현 시대와 달리, 그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정취나 순수함이 엿보여 그것 나름대로의 흥미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

유즈키 아사코의 <책이나 읽을걸>을 만나기 전에 김진애님의 <여자의 독서>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유즈키 아사코의 글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성격이 달라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유즈키 아사코 자신의 일상 생활 이야기가 고전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덧붙여져있어 작가의 삶과 작가 이전의 한 사람으로서의 일상을 알 수 있어 그녀 개인에 대해 알 수 있어 독자로써 느끼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작품을 읽고 그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기 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그 시대에 대입하여 자꾸만 분노하게되어 작품에 대한 생각의 폭이 좁았던데 반해 같은 작품을 읽고 타인이 느꼈을, 나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때로는 수긍하게도 되고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 또한 있었지만 확실히 책을 읽으며 그동안 고전을 너무 게을리했다는 생각이 강해 고전을 조금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많이 접해보지 않아 낯설고 일차적인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던걸 보면 아무래도 고전을 좀 더 많이 접해봐야하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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