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범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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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미미디어 /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가라시 미키오', 사실 보노보노를 만나기 전까진 그의 이름조차 몰랐었다.

만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했지만 그림과 듬성듬성 쓰여진 글자만 있는 만화책은 왠지 아이들이나 보는 책이란 선입견이 있었던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다독거림은 철학적 감동으로까지 다가와 그 어떤 에세이보다 강력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하지만 왠지 그럴듯해보이는 철학적 언어의 구사는 잘차려진 만찬에 초대되었지만 정작 뭐부터 먹어야할지 고민에 휩쌓여 복잡미묘해지는 심경인데 반해 보노보노는 별다른 언어의 유희 없이도 헙!하고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흘리게 되는 찰나의 깨달음이 있어 읽을 때마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그런 보노보노의 단순하면서도 인생의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아낸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또한 만나보고 싶었던 차에 이 책은 보노보노에 다 담을 수 없었던 그만의 인생길을 담고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슬프고 어려운 일에도 작가 특유의 유쾌함이 소설에 녹아 험난한 일이라는 생각에 도저히 무리라고 여겼던 일들에 대해 '이정도쯤이야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의 전환을 느끼게 해주는 일본 작가 '무레 요코'의 글을 꽤 좋아하는데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를 읽으며 그런 느낌을 다시 한번 받게 되었다. '무레 요코'와는 확실히 다른점이 있긴하지만 인생을 너무 비극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관점은 비슷하게 다가와 작가식으로 따지면 조금 다크한 면을 이야기했음에도 그렇게 부정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걸 보면 그것 또한 남들이 가질 수 없는 재주란 생각이 들었다. 꾸며낸다고해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재주겠지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는 자기 자신은 그런 사람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면 또한 재밌으면서도 그것 나름대로 편안하게 다가와 글을 읽는 내내 웃다가 진지해졌다가를 반복하게 됐던 것 같다.

하루를, 일생을,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싶어 나는 왠지 꽤 멋있는 아저씨라는 느낌을 받았던 이가라시 미키오이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보노보노의 매력에 빠진 독자라면 이가라시 미키오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람에게는 고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살아간다는 실감을 불러일으키며, 이 고난이 끝났을 때 자신의 행복을 깨닫습니다. 그것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루틴입니다. 우리들은 아마도 불행하다고도 행복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시간을 너무 오래 지내고 있는 걸지도요.


다는 수긍할 수 없지만 나는 왠지 이 말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동일본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작가가 한 말이라면 대번에 이해가 갈 듯한 말이지만 모든 것이 풍요로운 와중에도 정신적인 빈곤함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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