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놀 /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 이가라시 미키오 만화


인생의 심오한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이가라시 미키오의 만화 '보노보노' ,

아마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란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보노보노가 물개인 줄 알았을 것이고 만화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몰랐을 것이다. 김신회 작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보노보노 만화를 보고 있는 딸아이에게 그걸 무슨 재미로 보냐고 물어보았을지도 모르겠다.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느릿느릿한 보노보노와 화만 내는 심술쟁이 너부리, 기이한 각도로 목을 꺽으며 '때릴거야?'라고 말하는 포로리의 모습이 쉽게 적응이 안되었기에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인생이 끝날때까지 이 만화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신회 작가의 글을 읽고 보노보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인간의 모습을 닮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인간의 세상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인생사를 통해 바쁨에 치여 여유가 없던 삶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남들보다 빠릿하지 못함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느정도 해소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단순하고 바쁠 것 없어 나태해보이기까지 한 캐릭터들을 통해 그동안 내 자신 스스로 바쁘게 살아가야 제대로 된 삶이라고, 몸이 제대로 따르지 못함에도 내 자신을 격려하기보다는 왜 그것밖에 안되냐며 비난했던 모습들이 떠올라 반성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사건 없이, 어찌보면 따분해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들의 하루가 쉼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나도 모르게 옥죄고 있던 숨통이 턱,하고 내쉬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던 나로서는 그래서 더욱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가 특별함으로 다가오는데 평소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져서 인생의 멈춤이 무엇이며 그에 따른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지 못했던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던 것 같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30년 넘게 꾸준히 연재해 온 에피소드 중 베스트 컬렉션을 모은 이야기라고 한다. 보노보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겐 30년동안 쌓아온 베스트를 한권에 살펴볼 수 있어 좋고 평소 보노보노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보게 되는 책!

다양한 이야기 중에 나는 '취미란 쓸모 없는 것'이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학창 시절 학기초에 나눠주었던 설문지나 자기소개서 작성 때 들어가는 취미활동에 뭘 써야할지 항상 난감하고 낯부끄러운 면을 느꼈기에 어른들의 놀이를 취미라는 글로 거창하게 둘러댄다는 너부리의 말이 왠지 마음에 씁쓸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취미 생활이 없는 포로리의 아빠를 지켜보던 보노보노와 포로리는 뭔가 신나보이던 건강법을 고수하던 포로리의 아빠의 모습을 보게되는데 바쁜 일상에 치여 식탁앞에 지친 모습으로 앉아있던 어릴적 아버지의 모습과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마음 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별스럽지도 않고 별나지도 않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 여유로움의 미학을 알려주는 만화 <보노보노>, 볼 때마다 각기 다른 주제가 마음에 콕콕 박혀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보노보노 친구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