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나의 살인자에게>,
그 어떤 영화보다도 극적인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하이네켄 사장과 기사를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했었던 범인 중 한사람인 '빌럼 홀레이더르'의 막내 여동생이다.
이 소설은 그녀의 자전적 소설로 폭력적이며 병적인데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식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 더욱이 아버지를 닮아 난폭하고 교활한 큰 오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는 밖에서는 사람 좋은 행세를 했지만 집안에만 들어오면 폭군으로 변했고 모든 일을 남탓으로 돌리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모진 매질을 한다. 의처증 증세도 심각하여 아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창녀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뱉고 자신의 말에 대꾸라도 할라치면 폭풍이 휘몰아치는 언덕에 서 있는 것과도 같은 고난을 겪어내야만했다. 4남매에게도 가해진 아버지의 폭력은 인간이 가장 아늑하고 행복함을 느껴야할 장소인 집을 고통의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남매들이 각기 커나갈 동안 아버지의 폭력은 계속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만 앞세웠던 아버지, 밤마다 문을 열고 들어와 괴롭히는 아버지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마음 조렸던 매일매일, 그런 극한의 공포 속에서 자라났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일인데 성장한 이들 남매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었던 것은 큰 오빠인 '빔'이었다.
빔은 나중에 아스의 언니인 소냐의 남편이 될 코르와 함께 하이네켄 사장을 납치하여 돈을 요구하고 이후 잡혀 감옥 생활을 하지만 사라진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이후 마약, 성매매 등 조직폭력과도 얽혀 사업을 시작한 빔은 단짝이었던 코르를 배신하고 반대편 조직에 붙어 배후에 코르를 죽인 배후로, 집에서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교활한 입놀림으로 가족들을 공황 상태에 몰아넣고 이런 일들은 끝없이 일어난다.
가난했지만 정직한 아스의 남편을 끌여들여 자신의 클럽을 맡기지만 돈에서라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빔은 수시로 아스의 남편을 옥죄고 돈이 깔린 이권다툼으로 빔은 코르를 살해하기 위해 청부업자를 동원하지만 첫 살해 계획에서 코르는 여러군데 총알을 맞았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이후 코르는 소냐는 물론 아이들과도 함께 살지 못하고 가끔씩만 만나는 생활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빔에게서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며 보안은 철저하게 지키며 사는 삶을 산다.
여러 죄질로 인해 감옥을 드나드는 오빠와 언제라도 자신을 죽일거라는 코르, 중간에서 코르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소냐와 아스, 이미 하이네켄 사장 납치사건으로 인해 집안에 도청장치와 미행을 오래전부터 겪었던 이들은 전화나 대화를 할 때 중요한 단어를 내뱉지 않고 대화하는 법을 터득했으며 온 가족들이 모두 같은 화법으로 대화를 한다. 한참 후 오빠를 감옥에 넣기 위해서 결정적 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아스는 이런 오랫동안의 그들만의 화법이 오빠를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기에 얼마나 어려움이 따르는 일인지를 느끼게 된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아스는 변호사가 되지만 오빠인 '빌럼 홀레이더르'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 협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 되었고 그래서 다른 이보다 더 노력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사고를 칠 때마다 연루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필요하다면 형제간 살인도 서슴치 않을 오빠 빔, 그동안 빔의 눈밖에 나 살인을 당한 사람들과 더이상 오빠에게 조종당하는 자신들의 삶과 언제고 위험에 처하게 될 자식들 때문에 오빠를 단죄하기로 결심한 소냐와 아스는 빔을 감옥에 넣기 위해 법무부에 협조하기로하고 이 과정에서 오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마음을 조리는 아스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와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읽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은 그대로 오빠에게로 이어져 가족임에도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는 아스와 소냐 가족을 보면서 이들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고 느껴졌다. 언제 발각되어 오빠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단죄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이는 두 여동생의 이야기가, 자신들이 바라는대로 되었음에도 결국엔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다녀야하는 운명이 너무나 안타깝게 다가왔던 <나의 살인자에게>
아버지와 오빠를 고발하는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가 그 어떤 범죄 소설보다도 심장 조리게 다가왔던 것은 이런 일들이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고 그러하기에 그녀들이 느껴야했을 두려움과 공포, 분노감 또한 생생하게 다가왔으리라, 오빠를 감옥에 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그녀들의 인생은 너무 서글프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