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해의시간 /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 곽정은 에세이


나는 글 쓰는 사람들이 방송 출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학자나 인문학과 관련된 지식인들이라면 몰라도 주로 에세이를 쓰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방송 출연하는 것을 보면 새로사서 처음 입어보는 정장을 입은 사람처럼 어색하거나 위축돼보여 보는내내 조바심이 들기 때문이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지는 몰라도 그 대표적인 사람이 허지웅과 곽정은이었다.

에세이로 사람 마음을 울컥하게도,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멍한 기분이 들게도, 때로는 정치적인 쓴 소리도 곧잘 뱉어내는 그들을 TV에서 만나는 것은 그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여간 곤역스러운 일이 아니다. 곽정은 또한 처음 TV프로그램에서 봤을 때 프로그램에서 오래 볼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자리라고 느껴졌던 것은 다른 패널들처럼 위트넘치거나 자신만의 필살기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대신 성격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방송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는데 사회를 바로보고 그것들을 이야기하는데는 선수일지 몰라도 방송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천지차이인 방송에서는 자칫하면 사람들의 타깃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기분을 느끼지 않고 오롯이 그녀의 생각이 느껴지는 글을 만나는 것 자체는 역시 크나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내 자신을 사랑해야한다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어쩌다보니 정작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은 너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말라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쓰여진 글이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의 깊이도 천차만별인 이야기는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에서 그녀다운 말들로 가슴을 녹인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어릴 적 상처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꼬맹이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나를 맡겼던 일이 나에게 상처로 되돌아오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상처받고 아파하는 시간들을 한참이 지나서야 내 인생의 밑거름으로 쓸 수 있게 된 그녀의 이야기는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결코 크게 다르지 않을 이야기들이라 나 또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그녀가 느꼈을 어린시절 상처를 보듬는 법을 몰라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에 굶주렸던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그녀의 마음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상처받고 아파하며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조금씩 그 상처를 다독이며 부모님을 이해하려는 내 모습과 오버랩되어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대학생 때, 사회 생할을 하며, 짧은 결혼생활에서 깨달았던 것들, 현재 사회생활을 하며,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앞으로 혼자 살아갈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오랜 시간 함께 있어야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겼으나 지금은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을 덜 미워하는 방법을 알았기에 혼자여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 그만큼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마음의 평안을 얻은듯해 나도 오늘부터 하루 감사일기와 명상하는 법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나를 어떻게 대접하는가의 문제가, 내일의 내 시간을, 내 삶을 만든다는 것을.

그래, 너무 오랫동안 내 안의 소리를 듣지 않고 살았구나.인생이 처음이라는 이유로 소중한 것들에 눈을 감고 그저 앞으로만 뛰었구나.

마음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절반의 후회와 또 나머지 절반의 희망이 그렇게 아프게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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