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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 2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오두막에서 친족들과 함께 공동 생활을 하며 먹이를 찾아 멀고 먼 곳을 옮겨 다니던 그 옛날,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야난의 일생을 담은 <세상의 모든 딸들>
살기 위해 사냥을 하고 종족 번식을 위해 자손을 낳아 키우던 그 시절,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잡은 사냥감을 여자들이 운반했던 그 시절, 친족끼리의 결혼이 허용되지 않아 멀리 이동하여 여자를 찾았던 그 옛날,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멀고 먼 옛날의 이야기이다.
사냥을 하다 죽거나, 병에 걸려 죽거나, 아이를 낳다가 죽은 이의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게 되고 슬프지만 덤덤히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그 시절, 아이를 낳다 엄마가 죽게 되고 사고로 아빠도 죽게 되면서 남은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였고 가슴 아픈 날들과 버거운 현실 앞에서도 당차게 살려고 노력했던 야난이지만 그런 야난은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심지어 그게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혼란 속에서 그렇게 원망했던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는 야난,
엄마와 닮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고통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야난, 하지만 그런 현실속에서도 언니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동생 메리가 있고 그러한 시련 속에서도 결코 남자에게 지지 않으려는 야난의 의지가 돋보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손수 해야하며 변화무쌍한 계절이나 야생동물들과 대치하게 되는 이야기는 꽤나 생생하게 다가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역사로 배우는 그들의 삶이 아닌, 이야기를 통한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다가와 그 먼 옛날 그들은 이러한 척박한 삶을 살아갔겠구나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그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버텨내고 살아갔을지 글을 읽으면서도 고개를 젓게되는지라 그 자체로도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가늠이 되는 듯하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마음은 결국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야난의 삶을 통해 어쩌면 잔인할 정도로 고통이 수반되는 이야기로 다가와 마음이 먹먹할 정도로 아프지만 그러한 숭고함과 거룩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든 인류가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리라, 뭔가 다른 삶을 꿈꾸었지만 결국 엄마의 그러했던 삶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게 되는 여자의 일생 이야기 <세상의 모든 딸들>
평소 자주 접하지 못했던 원시시대 이야기와 정말 그 시대에 존재했을 법한 생생함 속에서 여자의 삶, 그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