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작품들을 쏟아내는 주원규 작가의 신작 <메이드 인 강남>을 만났다.
'나쁜 하나님'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작품임에도 반가운 마음에 선뜻 집어들기가 쉽지 않은 것은 평소 그의 작품을 읽었던 독자라면 느낄 작품의 불편성 때문일 것이다.
종교, 변태성욕,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유린당하는 세계는 그의 작품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굵직한 주제 중 하나이다. 이번 <메이드 인 강남> 또한 대한민국 심장인, 꺼지지 않는 불빛이 도사리는 화려한 강남이란 장소 이면에 추악한 욕망의 똬리를 틀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단번에 패스한 것은 물론 판사 경험까지 갖춘 이력을 가진 민규, 화려한 스펙만큼 현재 그가 일하는 곳은 강남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로펌 Y, 기업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라고 알려진 로펌 Y에서 민규는 수석 변호사로 근무중이지만 이것은 단지 표면상에 드러난 사실일 뿐 민규가 진짜로 하는 일은 바로 '설계'이다. 로펌 안에서도 대표의 신뢰를 받는 극소수의 변호사들만이 다루는 특별관리 사건, 상위 0.1%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실체도 조직도 불분명한 의뢰인들의 특별관리 사건을 전담하며 그 사건들을 설계하는 것이 특별관리 사건 전담 변호사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완공을 앞둔 강남의 초고층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남녀 열명이 전라로 뒤엉킨 채 참혹하게 칼에 찔려 죽은채로 발견되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흔적도, 기자의 발표도 없는 기이한 형태로 사건은 설계자인 민규에게 떨어지게되고 이에 민규는 죽은 남자 다섯과 여자들을 타살이 아닌 사고 등의 죽음으로 위장한 설계를 한다. 하지만 비교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남자 다섯명 중 한명은 랩퍼로서 입지가 굳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몽키'도 있었으니 마약과 환각의 섹스파티를 벌이던 이들의 죽음은 도대체 어떤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함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오로지 아는 자들에 의해서만 설계되는 듯한 사건에 강력반 형사 재명이 냄새를 맡게 되고 거대한 도박빚을 떠안아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던 재명은 민규를 도와 일처리에 나선다.
그렇게 순조롭게 처리되는 듯한 이들의 죽음에 부동산계의 거물 민경식이 자신의 혼외 자식인 몽키를 죽인 자를 죽여달라며 재명에게 반협박 부탁을 하게 되고 그것을 조사하던 재명은 권력과 부를 거머쥔 강남의 상위 1%를 차지하는 이들의 끝없이 이어진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마주한다.
며칠 전 대한민국 부동산이 서울에 집중된 것을 비판한 책에서 조선의 실학자이며 과감한 토지 국유화를 이야기했던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절대 사대문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는 유언을 남긴 일화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당내 내로라하는 실학자조차도 그리 말할 정도였다고하니 지금의 서울, 그 속에서도 강남의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현상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대한민국이 낳은 거대한 부의 핵심지인 강남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인간의 비현실적이고도 기괴한 욕망을 담은 이야기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은 최근 일본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섬뜩하거나 잔혹하거나, 추악하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또다른 잔혹성에서만큼은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로 진화될지 그 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