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바벨탑 이야기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차라리 창세기에 등장한 바벨탑 이야기는 현재에 비하면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주기적으로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부동산 정책, 그에 맞춰 서점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동산으로 노후 대책 마련하기와 같은 책들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매번 같은 이야기에 속아왔으면서도 다음 정권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잡아주고 서민의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은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될 것인가,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바벨탑 공화국>은 미칠대로 미쳐버린 대한민국의 민낯을 고발한 책이다. '바벨탑 멘털리티'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부동산 투기에 열광한 대한민국의 모습과 부동산 전문가보다도 못한 정권의 어이없는 대책들을 날카롭게 고집고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어 지방은 소멸하는데도 누구하나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않는 이상한 사회 현실을 비판한다.
명문학교들이 이전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서울의 노른자 역할을 하는 강남에 치중된 부동산 과열과 대기업이 몰려 있어 젊은이들은 서울로 몰리고 가뜩이나 교통체증도 심화된 가운데 발표된 신도시 발표는 이런걸 고민해서 발표랍시고 했나 싶을 정도로 대책 없게 다가온다. 서울을 포기하지 못하고 신도시나 GTX로 해결방안을 찾은듯한 정부의 모습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안그래도 얼마전 저녁밥상에서 인천 계양구에 신도시를 짓는다는 발표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는데 안그래도 출퇴근길만 되면 움직이지 않는 교통대란이 심한 곳에 신도시를 짓는 이유에 대해서 알다가도 모르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사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실망스럽게 다가오는 부동산 정책은 물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사안들이 결국은 있는 사람들은 끌어쥐고 내어놓지 않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보통 노동자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해야하는 상황에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 또한 뒷받침이 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보곤하는데 글을 읽고 있노라면 너무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 다소 걱정스런 맘이 들기도하지만 알면서도 그동안 바로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대부분이라 문제 해결 의식보다는 도피 의식이 강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번주 청와대 관람을 갔다가 청와대 문 앞에서 사유지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없이 국유화하는 문제를 다루며 1인 시위하시는 분을 보았다. 촛불시위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그렇게 열망했던 우리의 모습은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이 잠깐 스쳤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것도 알고는 있다. 욕망으로 똘똘 뭉쳐 괴물이 된 거대한 조직을 대통령이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그래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구조라는 것도 이미 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입발린 말들에 현혹되어 수없이 소리없는 수탈을 당해왔으면서도 그것을 미처 알려고 하지 않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렸던 것들을 정면으로 봐야하는 이유들을, 결국은 나에게 돌아오고야 마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당과 정권을 떠나 할말은 하는 시민으로 거듭나야겠다는 작은 각오마저 들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