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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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정원 /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신재근 지음


최근 몇 년새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데 맛집 투어나 음식 경합을 벌이는 쉐프들의 요리 대결, 장사가 안되는 식당들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변해가는 과정 등을 담은 예능 프로들이 넘쳐나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먹는 것, 특히 맛있게 먹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듯하다. TV를 별로 보지 않는 편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이유로 먹방이 넘쳐나는 미디어를 보면서 의구심을 느끼곤하는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맛있게 먹고 합리적으로 먹는 방법들을 보면서 기존 전문 요리연구가나 정석으로 여겨지는 요리책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한 것 같다.

인간이 가장 원초적으로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인 먹는 것, 그 중에서도 <집밥의 역사>라하니 흥미가 동할 수 밖에 없는 주제인데 종교와 기후, 전쟁, 자본주의나 세계의 흐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주제가 집밥의 역사인만큼 비싸고 고급져서 어쩌다 한번 먹게 되는 음식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 책 제목처럼 배고플 때 읽으면 정말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배고플 때 읽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까지 무료로 날려버리게 해줄 '오늘은 뭘 먹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은 인생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것 중에 하나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집밥의 역사>의 첫 번째 이야기는 '떡국은 언제부터 먹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재미있게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밥이 먼저냐? 떡이 먼저냐?'라는 물음에는 한국사 공부를 하며 시작되는 선사시대의 이야기와 맞물려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가던 경복궁 옆 삼계탕 맛집도 소개되어 영양탕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서 삼계탕으로 주류가 바뀌게 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삼계탕보다는 염소나 개를 보양탕으로 먹었던 시절, 먹을 수 있는 식용 개의 이름 뒤에 '구'자를 붙인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와 어릴적 친근하게 붙여줬던 백구, 황구같은 이름을 사용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음식들이라 거부감 없이 다가와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과 소개되는 음식에 대한 효과, 세계인들의 추세, 음식 속에 숨은 사연들이나 역사 등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 또한 생각보다 흥미롭게 다가와 책 속에 소개된 음식들을 볼 때마다 글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선정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보카도'는 후숙을 거쳐야하는 대표적인 과일이지만 사실 이 책을 보기전까지만해도 아보카도가 과일이 아닌 채소로 알고 있었지만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은 또 어디서 들었던 적이 있어 내 입에 맞지는 않지만 효과가 좋으니 친해져봐야할 재료네?란 생각을 했었지만 아보카도를 키우기 위해 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과 아보카도 열풍으로 인해 산림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고하니 빛 이면에 그림자로 자리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씁쓸한 입맛이 느껴졌던 것 같다.

4차 산업으로 미래로만 향해가는 이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안전한 먹거리라는 저자의 생각에 백번 동의하며 어릴 적 농사일을 하셨던 부모님을 보며 한결같이 생각했던 '농자천하지대본'을 함께 떠올려보게 되었던 책이라 흥미로움 이외에도 너무나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시대,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 또한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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