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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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 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사람마다 관심이 가는 분야가 다르다. 내 경우에는 역사나 범죄류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해하는게 더뎌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것은 <중력>이라는 제목보다 표지의 그림 때문이었다. 전쟁과도 같은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의 이른 퇴근을 애저녁에 포기해버린, 지친 하루의 피로가 옴팡지게 배어있는 듯한 옷차림에 선바이저를 끼고 있는 모습에서 어릴 적 잃어버린 꿈과 현실에서 고뇌하는 중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서른 여섯의 이진우, 아내와 두 딸이 있는 가장이며 어릴 적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으로 자존심과 깡만 남아 어렵게 공부를 하며 연구소에서 농생물학을 연구한다. 그런 그에게는 놓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우주인이 되는 것!

우주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보다 열 살에 세상을 떠난 누이가 바라던 꿈이었지만 그것을 현실로 이뤄내기엔 어려움이 있었기에 가슴에 간직하고만 있던 꿈이었지만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우주에 나가서 과학 실험을 할 사람을 뽑는다는 포스터가 눈에 띄게 되고 이진우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선발에 지원하게 된다. 주변 사람 모두, 심지어 아내조차도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는 그의 모습을 가볍게 받아들였고 그러던 그가 5차 관문 선발의 3차까지 붙게 되자 그의 마음이 진심이란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우주인 선발 때문에 회사일에 소홀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진우는 밥먹듯 야근을 해가며 연구에 더욱 매진하지만 결국 불려간 면담에서는 그가 이뤄낸 성과보다도 못한 평가와 우주인 선발에 정신이 팔려 점수 미달인 상황에 이르렀다는 말을 듣게 되고 이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가장의 절박함과 배신감에 괴로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인 선발 테스트를 거듭 통과하며 꿈에 그리던 가가린센터에 입성한 진우, 상상을 초월하는 검사와 연이은 테스트를 통해 조금씩 정이 들었던 사람들이 탈락하게 되고 그렇게 바라마지 않았던 진우도 2초를 버티지 못하고 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시지만 주사를 맞은 시간차로 인해 재시험을 인정받아 극적으로 통과하게 된다.

각자 우주인이 되기 위한 열망과 자신의 꿈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치열하게 비춰진다. 각자 회사에 어렵사리 휴가를 내고 도전한 테스트에서 스펙과 정신력, 체력하나 모두 떨어지지 않는 그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그렇게 간직했던 오랜 꿈에서 멀어져가는 모습들은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을 그들의 모습은 멋지게 다가온다.

자신과 누이의 꿈을 향해, 망망대해 우주로 한발 내딛기 위한 그들의 도전을 그리고 있는 권기태 장편소설 <중력>, 현실과 꿈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끈을 놓지 않았던 한 남성의 처절한 분투기에서 체념하고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의지가 감동으로 다가와 가슴 먹먹해졌고 한때는 가슴 뛰는 꿈을 꾸었지만 언젠가부터 현실에 무너져 꿈을 놓아버린 많은 이들에게 다시금 살아 숨쉬는 심장을 선물해 줄 소설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나는 이 육체로 내 삶을 평생 경험한다. 성실하게 돈을 벌 것이며, 지난해 퇴직한 아내와 함께 딸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행복과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나는 손에 잡히는 소소한 행복을 자주 맛보며 살고 싶다. 그런 기쁨을 주위에 나눠주고도 싶다.

하지만 늘 그렇게 살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내 속에 열정이 숨어 있는 것을 안다. 가끔은 달궈진 마음을 온통 쏟아부을 그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을, 그럴 때 나는 내 몸 이상이며 내 마음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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