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 작가님의 책은 평소에도 눈여겨 보고 있지만 처음에 만났던 '지금 당장' 경제학 시리즈에서 미처 이해력이 따라가지 못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그런지 그 후론 쉽게 손에 잡기가 어려웠었는데 이 책은 인문학 책이라 망설임 없이 잡아들게 되었다.
-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시리즈 - 인문편답게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다가오는데 평소 책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한 권으로 다양한 분야와 책들을 만날 수 있어 더없이 반가운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노동, 심리학, 예술, 교육, 역사 등의 다양한 분야에 관한 책들 속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인간에 대한 고찰이 담겨져 있는데 첫장부터 '노동'에 관한 주제여서 평소 관심이 컸던 주제였던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만 보면 나태함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글로 보일 수 있는 '게으를 수 있는 권리'에서는 진정한 게으름을 만끽하기 위해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하우투 워라밸이 적당히 즐겨라의 뜻이 아닌, 직장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산업화의 가속화로 물질만능주의가 되버린 세상에서 가치를 잃은 사람들이 어떤 정신적 질환을 겪게 되는지 충격스럽게 다가오는 일화가 소개된 올리버 색스의 책과 평소 예술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 관련 서적은 잘 읽지 않아 긴장하게 되었던 예술편에서는 최진기 작가님이 쉽게 한번 걸러주니 쉽게 이해할 수 있어 평소 가지고 있던 거부감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최진기 작가님의 책에서 빠지면 안될 역사학에서는 좋아하는 책들이 대거 등장해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이처럼 각 분야는 달라 보일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인간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한눈에 보면서 결국엔 지식이 아닌 인간이 가지고 누려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한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꽤나 다사다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터라 뭔가 침체된 감정을 정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간절했었는데 책 도입부에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라고 말한 최진기 작가님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왜 그런 말을 했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지식의 유희도 느꼈지만 무엇보다 감정적 괴로움에서 내 자신을 바라보며 깊이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 무엇보다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