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엄선한 100대 명산 - 수필로 읽어가는 산행기
김무홍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지식과감성 / 대한민국이 엄선한 100대 명산 / 김무홍 지음

 

캄캄한 밤, 길조차 보이지 않는 그 어둠 속에서 오로지 작은 헤드 랜턴 불빛과 앞 사람 등만을 의지하며 새벽 산행을 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절대 올라가지 않았을 그 산행은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꽤나 생생한 기억으로 떠오르곤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숨소리와 앞에서 걷는 사람의 발자국과 나의 발자국 소리에 온 신경을 쏟으며 몇시간이고 밤새 걷던 그 산행,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오로지 산을 타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사람들을 수를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미쳤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을 꽤나 좋아하는 성격임에도 산을 타는 것에는 별 재미를 못느꼈던 나로서는 회사 사장님의 권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한 것이었으니 생각해보면 그때 내 표정이 도살장 끌려가는 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도 아무런 장비없이 지인을 따라 쫄래쫄래 북한산에 올랐다가 된통 고생했던 적이 있었기에 산행에 대한 기억이 좋게 자리잡았을리 없지만 등산과 별개로 나는 산 자체를 좋아한다. 맘 속에 쌓인 모든 것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하기에 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산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산과 관련된 책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게 되는데 이 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대한 바이블과도 같은 책으로 다가왔다.

 

 

 

저자인 김무홍님이 직접 우리나라 산들을 오른 생생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우리나라 산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물론 산을 오르며 느꼈던 감성 충만한 글들도 담겨 있어 꽤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다. 보통 산에 대한 경험담이 주를 이루기 마련인데 산을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직접 가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문체로 산을 만나는 생생함이 덜한게 사실이고 에세이 형식의 책들은 산에 있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글로 나타내 정작 산에 대한 이미지가 약해지는게 사실이라 각자 나름대로 산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긴하고 양쪽을 모두 충족하여 글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을 알기에 어느정도 감안해서 보곤하는데 <대한민국이 엄선한 100대 명산>은 두가지 측면에서 만족도를 높여주는 책이라 알차게 읽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예상하지 못했던 김무홍님의 감성글이 어찌나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던지 보폭을 같이 하며 함께 산행을 하는 느낌이 들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책을 들어가며 지역별 목차와 지도는 물론 계절별 권장 산행지로 명산 소개가 되어 있는데다 소개된 각 산마다 들머리/날머리로 큼지막한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평소 산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반가워할 책이 아닌가 싶다.

 

 

 

젊었을 때 산을 탈 때마다 유독 힘에 부쳐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운동부족이 합쳐진 저질체력이라고만 생각해서 속상해하곤했었는데 몇년 전부터 무릎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으며 알게 된 것은 애초에 산행을 하면 안되는 신체적 조건을 타고났다는 것이었다. 걷는 것은 괜찮지만 산행을 하면 무릎이 더 안좋아지니 등산은 하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 왠지 모를 서운함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직장에 생긴 악성 종양과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을 등산을 하며 물리친 저자의 이력을 보니 조금은 솔깃해지긴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4,440개의 산 중 산의 역사와 문화성, 접근성, 선호도, 규모, 생태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엄선된 대한민국 100대 명산, 책을 읽으면서 더 좋았던 것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각 산마다 풀어주고 있다는 점인데 고대 부족국가 맥국의 갈왕이 피난을 와 성을 쌓고 머문 자리라하여 이름지어진 갈왕산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가리왕산'으로 바뀐 사실과 태백산맥 남단에 위치해있으며 신라 시대의 고찰로 석남사부도와 석남사삼층석탑 등의 문화재로 유명한 가지산 석남사 주변에 인간의 욕심으로 쌀이 뚝 끊겨버렸다는 쌀바위 전설의 재미있는 유래, 감악산 출렁다리로 유명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감악산 정상에 철조망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언젠가 TV에서 중국의 어느 사찰이 깍아지른 듯한 절벽에 지어진 것을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관악산에 있는 연주암 또한 중국 명소에나 나올법하게 절벽위에 지어져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다. 경주 여행 때 가보지 못했던 남산을 사진으로 만나보기도 했고 좋아하는 작가님인 조정래 작가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조계산을 볼 수 있었으며 전남 목포에서 115km 떨어진 홍도의 깃대봉의 전경은 속이 다 뚫릴듯한 장관을 연출하여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지역의 산을 오르며 어느 곳에서 출발하여 언제부터 올랐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떠했는지, 더불어 산을 오를 때 자신의 감정과 각 산의 명칭에 대한 유래, 산과 연관된 인물에 대한 이야기, 산이나 절과 관련돼 전해내려오는 전설, 지역과 연관된 이야기가 알차게 실려 있고 직접 가보았거나 유명하여 이름쯤은 알고 있었던 산과 달리 꽤 많은 산들의 특징을 알게 되어 즐거운 산행기였다. 곧 맞이할 봄, 들꽃 만발한 산에 올라 살아있음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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