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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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퍼스트 러브 / 시마모토 리오 장편소설


유능한 화가인 아버지와 미모의 어머니 사이에 부족할 것 없이 자란 '히지리야마 칸나', 이것이 사람들이 바라보는 그들 가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22살인 칸나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혐의로 체포당하게 되고 그 와중에 칸나에게 쏟아졌던 아버지를 죽인 동기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으니까 찾아달라는' 당황스럽게 그지없는 말이었으니 평범하지 않은 이 말에 그녀의 인생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달리 쉽게 부서질 수 있는 모래성과도 같은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세간의 이슈가 되었던 이 사건에 대해 책을 내고 싶었던 임상 심리상담사 '유키'가 칸나의 허락을 받아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유키는 칸나의 변호를 맡은 가쇼에게 칸나의 어머니가 검찰측 증인으로 나서게 된다는 것을 듣고 칸나에게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담담한 듯보이지만 유키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불안감과 더불어 도망치고 싶어하는 심리가 느껴지는 칸나의 모습에서 유키와 가쇼는 뭔가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가 있을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고 칸나의 편지를 통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좋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얽혀있는 칸나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유키와 가쇼에게도 뭔가 긴밀하면서도 위태로운 기운이 느껴져 언제고 끊어질지 모르는 가느다란 실 위에 올라선듯 위태롭고 아찔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유키의 남편인 가몬과 사촌인 가쇼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소설은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칸나에게 촛점이 맞춰진 듯하지만 칸나에게도, 유키에게도 아픔과 상처가 되었던 가정 이야기에 독자들은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태어나 가장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신뢰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꾸려질 가정이란 곳이 메마른 곳이라면 그 곳에 두발을 지탱한 연약한 아이에게는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절망스럽고 끔찍한 곳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소설 초반부터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편하고 위태로운 감정은 소설의 후반부를 치달아도 없어지지 않는데 그래서 느껴지는 불편함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느껴지는 아픔이 더 크게 와닿았던 소설 같다.

편안하고 안락함을 내 아이는 느끼고 있을런지, 상처받고 아픔을 지닌 주인공들을 보며 자꾸만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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