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ㅣ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 3
권재원 지음 / 서유재 / 2019년 1월

서유재 /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 권재원 지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내용은 분명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을 통해 보는 세계사인데 들어가는 말에 이 책은 재판에 대한 책이 아니라고 못박는다. 법리 논쟁을 다룬 책이 아니며 사건에 주목하여 재판에서 다룬 사건이 가지는 사회상, 시대상에 대한 스케치라고 말하고 있으며 재판을 통해 그 시대의 자화상을 들여다봄이라는 해석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재판 / 전통사회 중국의 재판 / 조선시대의 재판 / 근대의 전환점이 된 재판 / 미국의 재판 / 현대 한국의 재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폭 넓은 세계사에서 주목할만한 사건이라 일컬어지는 사건들이 대거 등장하여 흥미로움은 물론 역사 앞에 돈과 권력의 최후가 어떠했는지 교훈도 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장에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재판으로 시작되는 부분부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데 이 책을 보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정작 본인은 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탈출할 수 있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준법 정신으로 악법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악법으로 인해 힘 없고 죄 없는 철학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이야기는 인간의 살기 위한 본능보다 우위에 섰던 철학자의 깊은 사유가 놀라웠다. 그 외에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자리잡은 첫 집정관이었던 브루투스가 역모의 죄를 꾀한 두 아들을 법의 심판대로 사형을 시킨 대목은 매정한 아버지란 이미지 뒤에 공화정을 이루기 위한 시민들의 값진 노력을 알기에 행해진 재판이라는데는 비정하게 보이는 이면에 대의를 위해 아버지로써 흘려야했던 눈물을 엿본 것 같아 뭉클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고대 그리스 로마 재판에서 보이던 탄핵이란 주제는 중국사의 이윤과 곽광에서도 볼 수 있고 현대 한국의 재판으로 넘어와 권력과 독재 앞에 간첩 조작 사건으로 사형에 처해졌던 '조봉암 간첩 조작 법살 사건'은 후퇴한 민주화의 부끄러운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세계사 재판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띄고는 있지만 백성의 고혈을 짜냈던 절대권력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닌, 세월이 흘러도 시민들의 재판의 잣대가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어 많은 깨달음을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