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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한국대표작가
29인의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
강화길, 권지예,
김사과, 김성중, 김숨, 김종광, 박민정, 백가흠, 백민석, 백수련, 손보미, 오한기, 윤고은, 윤이형, 이기호, 이장욱, 임현, 전성태,
정세랑,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조남주, 조해진, 천운영, 최수철, 한유주, 한창훈, 함정임
박완서 작가님의
8주기를 기념하는 한국대표작가 29인의 헌정작 <멜랑콜리 해피엔딩>
- 멜랑콜리 :
장기적이고 흔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 구슬픔을 나타내는 단어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도 어떤 뉘앙스인지 대강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단어 사전을 보면서 '이게 어패가 맞는 말인가?' 싶어 잠시 주춤하게 됐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고 보니 이보다 더 완벽한 제목은 없으리만큼 인생에 담긴 희.노.애.락의 감정을 모두 담아내고 있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난 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만나기에
앞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작가님들 이름 앞에서는 배시시 웃음이 나기도했고 아직 작품으로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름은 알고 있는 분들은 빨리
만나보고픈 조급함이 들기도 하였다. 길지 않아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멜랑콜리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느껴져 묘한 기대감이
상승했던 <멜랑콜리 해피엔딩>
처음 등장하는
강화길 작가의 '꿈엔들 잊힐 리야'와 권지예 작가의 '안아줘'에서는 최근 병듦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그랬는지 평상시였다면 섬세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민감한 감정들이 세세하게 전해져 짧은 두 편을 읽은 후 책을 내려놓고 한참동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었다. 5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쓰시던 방은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만큼 사촌 동생의 방으로 변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병원 앞에서 12월마다
안아드린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껏 힘든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선영의 이벤트는 본인이 겪어보지 못했다면 알 수 없는 동질감으로 한껏
무너져 기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위로를 준다.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은 전쟁같은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부부의 일상에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는 않지만 소모적인 감정 소비는 싫은, 그래서 일단은 빠른
화해로 돌입한 부부의 모습에 격하게 공감되어 슬프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등신, 안심.
그와 나는 둘도 없는 상등신들이고 우리는 화해가 이루어져 안심하고 있구나. 이것은 등신들이 안심하는 이야기구나.
'웃어라, 내
얼굴'에서 정감가는 옆집 아저씨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던 김종광 작가님은 이름만 보아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밝은 기운을 전해주시는
작가님이라 유독 더 반가운데 '쌀 배달'에 등장하는 이 부부는 왜이리도 현실적인지, 또 다른 우리 부부의 이야기처럼 비춰져 유쾌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내용임에도 "이혼해요!"나 전투적이 되면 존대말을 하는 극중 아내의 모습에 괜히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재미져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꼽으라면 상자 가득 다양한 과자와 사탕이 담겨 있었던 과자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한가지 이상 먹을 수 없었던
과자나 사탕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는 흥분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바로 <멜랑콜리 해피엔딩>이 나에게는 어릴적 최고의
흥분감을 선사해주었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책으로 작품을 통해 알고 있었던 작가들의 작품은 더 진하게, 궁금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미처
만나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은 각기 다른 개성이 녹아들어 짧은 단편으로도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문필력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멜랑콜리 해피엔딩>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