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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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故박완서 작가님의 8주기에 맞춰서 새롭게 우리곁으로 다가온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익히 박완서 작가님의 명성은 들었지만 학창 시절의 폐해 때문인지 우리나라 문학 소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면과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세와 달리 처음 만났던 책이 기대했던 것과 달랐던 기억으로 남아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가슴 한켠에 뭔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는 듯한 답답함으로 자리잡았던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들...

뇌리에 강렬하게 새겨진 인상을 받지 못해서 그랬던 것일까, 호기심에 궁금하면서도 쉽사리 가벼운 마음으로 넘겨볼 수가 없었던 책표지, 그나마 짧은 소설이란 단서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라는 정감어린 제목에 펼쳐본 것이 박완서 작가님과 나의 제대로 된 첫 조우가 아니었나 싶다.

 작가정신 /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잛은 소설

광복전에 태어나 모진 풍파를 견뎌냈던 세월이 짧은 단편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어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회성을 흥미롭게 쫓을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부부사이라고해도 고소감이 될만한 이야기가 그 당시엔 그저 여자의 설움으로 간주하며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여성으로서 당해야했던 부조리함과 그것을 묵묵히 견뎌내라는 사회적인 풍토를 꼬집으며 비웃는 듯도하여 짧은 단편들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졌다.

할머니 세대가 그러했듯 똑같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내 딸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며 교육했던 어머니가 딸아이가 결혼 후 회사의 보복성 조처로 지방으로 발령난 것을 보고 시댁 식구들의 눈치볼 것을 염려해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고수했던 교육관을 버리고 딸에게 퇴사하고 전업주부가 되라는 권유는 최근 베스트셀러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잘 보여주었던 '82년생 김지영'의 오래전 버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숙하게 다가왔는데 여성에 대한 부조리함과 부당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여 담담한 문체로 쓰여 있어 그 세월에 쓰여졌다고는 믿기지 않는 작품성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히 분노하게 되는 이야기들임에도 글을 대하는 독자들을 감정적 흥분 상태로 몰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끔 만드는 글은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그런 상황속에서도 툭툭 던져지는 위트로 인해 짧은 단편 속에 인간의 인생 모든것을 꿰뚫어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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