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딸들 1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홍익출판사 / 세상의 모든 딸들 1 / 엘리자베스 M.토마스 지음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제목부터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세상의 모든 딸들>, 이미 오래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책이지만 나는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났다면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의견에 충돌하기 싫어 그저 침묵으로 마음을 다스렸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왠지 반항적인 마음이 되었을 것 같지만 딸인 동시에 딸을 둔 엄마의 입장이 되고보니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지금 만나게 된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학창 시절 버스안 라디오에서 광고로 만나 제목이 익숙했던 <세상의 모든 딸들>, 내용을 몰랐기에 엄마와 딸간의 이해 관계가 얽힌 현대물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기에 막상 책을 펼쳤을 때 튀어나온 원시시대 이야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산과 들에 열린 열매를 따먹거나 사냥을 하며 커다란 오두막을 지어 친족끼리 다함께 생활하던 시절, 먹을 것을 찾아 먼 곳까지 짐승들의 발자취를 따라 남자들이 사냥을 하면 여자들이 죽은 동물의 사체를 짊어지고 오두막으로 되돌아오던 그런 시절, 나이 많은 그레이랙과 그의 두 아내, 건장한 두 아들과 딸, 야난의 아빠, 엄마와 이모,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두 조카들,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던 그들은 여자를 찾기 위해 그들이 살던 곳을 떠나 불의 강을 찾아 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친족과의 결혼이 허용되지 않았던 그들로서는 다른 혈통의 여자들을 만나 아이를 낳아야했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래프윙'의 딸 '야난'이 화자가 되어 오두막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생활 이야기가 이어지다 건장한 남자들이 여자를 얻기 위해 길을 떠나며 갑자기 야난이 죽어 오두막 지붕 위에 앉혀진 영혼이 된 사후 이야기 뒤로 다시 그들이 먼 길을 떠나 처음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던 이야기로 되돌아가며 길고 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 덮인 깊은 산속에서 바람과 동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없는 허허벌판까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먹을 것이 떨어지면 하이에나가 남긴 고기나 동물들이 잡아놓은 고기들을 훔치며 먹을 것을 해결했던 그들의 생활은 임신해서 아이를 낳아 키워야하는 여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것이었으니, 그들의 수명이 생각보다 짧았던 것을 감안해도 언제 어디서 갑자기 죽을지 모르는 불안했던 그들의 삶은 하루하루 위태하게만 보인다.

힘든 고생을 하며 먼 곳으로 이동한 이들을 기다린건 난산 끝에 죽음을 맞이한 엄마와 사냥을 하다 목숨을 잃게 된 아버지, 어린 동생과 남겨진 야난은 친족들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더욱 힘든 나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소리로는 무엇인지는 알지만 어떻게 몸을 섞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야난의 성인식이 치뤄지고 야난을 기다린 것은 여자로서의 또 다른 삶이었으니 먹고 살아가야하는 일만으로도 버겁던 그 시절, 역사 공부를 하며 '불편한 상황에 많이 고달팠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단순함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민인 그것들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는게 조금은 신기하게도 다가와졌던 것 같다.

여자로 태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묵묵히 따르며 헌신하고 그대로의 삶을 따랐던 수 많은 여성들, 그것이 정답인양 또 엄마를 따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많은 딸들, 세상이 변하고 모든 것이 편리해졌으며 그만큼 합리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여성들의 삶 속 DNA를 야난의 어머니에게서, 야난에게서 본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던 <세상의 모든 딸들>, 1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2편으로 이어질 내용은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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