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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평점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썼던 유엔 인권위원회 최초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냈던 '장 지글러'의 신작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세상 빛을 본 지도 십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과연 세계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게 현실적인 대답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적 풍요속에 둘러싸여 살다보니 세계의 반대편에서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다 못해 굶어죽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극소수만이 아닌, 남반구 대부분의 나라와 아시아권 나라에서 행해지는 기아와 현대판 노예제도와 다를바 없는 노동착취에 저절로 분노하게 되었다.
세계 85명의 억만장자가 세계 제일 가난한 35억 명이 소유한 것보다 더 많이 소유한 것이 그렇게도 자유를 부르짖으며 이룩해낸 자본주의의 실상이고 세계의 자본주의자들은 점점 더 독점화와 다국적화로 그 간격을 벌리고 있다.
이 책은 유엔 인권위원회 최초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던 '장 지글러'가 손녀 '조라'에게 세계의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대화하듯이 쉽게 풀어쓴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이 아닌 가축처럼 노동만 하다 처참하게 죽었던 노예제도가 봉건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을 거치고 민주주의 투쟁이 사유재산권이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후 탄생한 자본주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통을 수반한 '노략질의 잉여 가치'가 초기 자본 축적이 되어 현재의 거대한 괴물이 되버린 자본주의 민낯을 만나게 된다. 이미 외채에 짓눌린 나라의 골수까지 빼먹는 벌처펀드로 인해 말라위 정부의 기근이 들었던 해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천재지변으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말라위 정부가 비축해두었던 옥수수 4만톤을 벌처펀드라는 미명아래 팔라는 판결이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의도된 살인과 무엇이 다른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수영하지 못하는 사람이 깊은 물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단지 가진것이 없는 나라의 사람이란 이유로 살려주지 말라는 판결과 무엇이 다른건지 인간으로 행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살이 아니고 무엇인지 나는 차마 모르겠다.
시작부터 분노하게 되고 책을 덮을 때까지 분노가 멈추지 않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자본주의 불평등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밖에 될 수 없음을, 백만명의 서명으로도 이뤄낼 수 없는 거대조직의 자본주의 앞에서 그저 허탈할 뿐이다. 앞선 책처럼 십여년의 시간이 흘러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저 허탈감밖에 들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