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역사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정명섭 작가님의 신작 <상해임시정부>
올해가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 출간되기 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지금껏 만나봤던 정명섭 작가의 책들 중 기대보다 더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1918년 중국 상하이, 여운형은 윌슨 미국 대통령의 후원자인 '찰스 크레인'이 연설한다는 소식을 접하여 황포구 닝보루의 칼튼 카페를 찾고 그 곳에서 '쩡슈메이'라는 중국인 여성의 도움으로 어렵게 '찰스 크레인'과의 대화를 성사시킬 수 있었지만 국권이 없는 조선의 울분을 토해내며 찰스 크레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와 달리 시큰둥한 표정으로 여운형을 바라보며 힘닿는 대로 도와준다는 말을 남기고 그의 속내를 모른 채 여운형은 독립의 불씨를 되살려낼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거사를 도모하기 시작한다.
여운형을 비롯해 장덕수, 김철과 선우혁, 조동화와 서병호, 한진교 등 독립운동에 뜻을 모은 사람들이 모여 파리에서 곧 열리게 될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여 조선의 독립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방법을 모의하게 되고 파리에 파견할 특사로 서병호는 김규식을 추천한다. 서양 문화를 두루 잘 알고 외국어에도 능통하며 언변 또한 훌륭한 김규식에게 전보를 보내 상하이로 불러들인 이들은 자신들의 뜻을 이야기하지만 김규식은 파리로 갈 여비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조선이 독립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릴만한 큰 집회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엔 특사로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이들은 일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경성으로 사람들을 보내 독립선언문 낭독을 위한 시위를 모의하고 자금을 모으는 등 분주한 나날속에 고종의 인산일을 시작으로 3.1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 십여년동안 나라를 잃고 일본인들에게 억압과 핍박을 받았던 수 많은 조선인들이 거리로 몰려들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죽임을 당하고 감옥으로 끌려가 모진 고민을 당하게 되고 이 사실은 해외로 점점 알려지게 되며 3.1 운동을 계기로 상해에 임시정부를 위한 다양한 인물들이 집결하게 된다.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곳곳에 설립된 많은 임시정부 중 상해의 임시정부는 끝가지 일제에 저항한 임시정부였으며 상해임시정부의 모태가 된 것이 여운형이 만든 신한청년당으로 <상해임시정부>는 그 과정을 담아낸 소설이다. 비록 임시정부의 난립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이념과 사상적으로 충돌하는 일들이 많아져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설립되었던 그들의 마음만은 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여운형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에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상해의 임시정부가 설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 연혁표로만 훑어보았던 딱딱함을 털어낼 수 있었다. 오직 독립을 위한 열망으로 잡히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위험을 무릎썼던 그들의 숭고함에 가슴이 먹먹해졌고 숨가쁜 그간들의 행보를 따라가는 과정이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노력을 책을 통해 따라가며 늦기 전에 이 책을 만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