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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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픽션 / 콜24 / 김유철 장편소설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극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취업률 100%를 자랑하는 부산의 한 마이스터고에서 현장 실습을 나갔던 해나가 실종된 후 저수지에서 주검이 되어 떠오르고 해나를 부검한 결과 질내 정액 양성 반응이 나타남에 따라 범인으로 잡힌 윤재석, 재석은 해나의 학교 선배이면서 평소 해나와도 각별했던 사이로 해나 몸안에 남아있던 정액이 증거물이 되어 강간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인권변호사인 조변호사의 부탁을 받은 김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된다.

범인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재석을 만난 김변호사는 재석이 해나를 죽이지 않았지만 해나의 죽음을 막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해나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달 120만원을 벌며 청소일을 하는 해나의 엄마, 한참 먹고 싶을 것이 많을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두 남동생, 집안의 장녀였던 해나는 고3 취업시즌에 R그룹 산하의 KC콜센터 해지방어팀으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장녀였던만큼 책임감과 가장의 무게를 오롯이 느껴야했던 해나는 모범적인 학교 생활과 성적만큼이나 회사내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며 모범을 보였지만 팀장이 자살을 하며 급격하게 달라지게 된다.

회사와 학교에서는 해나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무단결근은 물론 상사에게도 대드는 사원인데다 자살한 팀장과도 불륜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 생활이 견디기 힘들었던 해나는 죽기 전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지만 싸늘하고 냉담한 이야기만 듣게 된다.

정해진 규칙은 없으나 암묵적으로 하루 백건이 넘는 할당량이 주어지는 콜센터에서도 악명 높기로 유명한 '해지방어팀', 고객과의 상담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해지를 막기 위해 욕설은 물론 수치스러운 언어폭력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추가수당은 없으며 해지를 막아내지 못하면 윗선에 불려가 온갖 험한 말은 물론 반성문까지 써야하는 곳에 근무했던 많은 사람들이 짧은 기간안에 퇴사를 하거나 퇴사를 한 후에도 정신과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지며 해나의 죽음이 재석의 정액이 아님을 판단한 김변호사의 조사는 계속되는데...

현장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미명 아래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현장실습제도, 먹고 살기 위해 전화통을 잡고 웃으며 전화를 거는 수 많은 콜센터 직원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내뱉는 일들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내해야하는 일선의 감정노동자들, 일선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감정노동자들과 현장실습제도라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 소설 <콜24>,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실제 작가가 현장실습에 나갔던 경험이 글 속에 진하게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회사에서 병역특례생을 관리했던 내 경험상 그들이 현장에서 받는 부당함을 목격한 적이 많았기에 이 소설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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