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 때는 무슨 일이든 맡겨만 준다면 뭐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월급에 비해 너무나 혹사당하는 듯해서, 내 기분 생각할 겨를 없이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내 의견보다는 그게 아닌듯해도 꼰대들의 말을 따르는 것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회사를 때려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곤 한다. 그럼에도 달달이 내야하는 각종 고지서와 적금 때문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던지지도 못하는 것이 수 많은 직장인들의 비애일 것이다.
'그냥 이번만 견디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덜할거야..'란 생각으로 참고 미루며 매일 똑같은 회사생활에 열정도, 즐거움도 없이 하루를 겪어내는 수 많은 직장인들, 그 속에서 누군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고했다면 그를 위해 뭘 먹고 살려고 그러느냐, 대책이 있느냐,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식의 말을 조언이랍시고 하지는 않았는지?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격려와 응원을 하기에는 어느새 우리는 너무나 인색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 속엔 내가 하지 못하고 상상으로만 그리던 모습을 동료가 실행한 것에 따른 심리적 요인도 있을텐데 다행이도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에서 저자의 회사 동료들은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귀찮'의 퇴사 결정 이유는 나의 젊음을 혹사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회사에 매여 시작할 수 없고 그렇게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은 뒤 나이 먹어 뒤돌아본 내 모습을 그리는게 힘들었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퇴사를 결정해버렸다. 그 후의 '귀찮'의 현실은? 때때로 밀려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막막해져올 때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줄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후회하지 않을 삶으로 계속 나아가는 모습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안도감을 안겨줄 것이다.
퇴사,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단어, 그 틀을 과감하게 깨고 나온 주인공의 앞을 향한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야기, 퇴사가 끝이 아니라 또 따른 내 인생의 시작임을, 문경의 작업실에서 새롭고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해나갈 그의 모습을 더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