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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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 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 그레임 맥레이 버넷 장편소설



1869년 스코틀랜드 북부의 오지 마을에서 열일곱 살 '로더릭 맥레이'가 이웃 주민인 세 사람을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살해당한 이웃 주민은 38살 '라클런 매켄지'와 그의 열두 살 딸 '플로라', 세살 난 아들 '도니'였으며 피해자인 '라클런'은 마을의 치안관으로서 이들이 살아가는 촌락과 이웃 촌락의 넓은 농토를 살펴보는 역할을 하였고 평소 로더릭 집안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블러디 프로젝트>의 시작은 로더릭이 라클런과 그의 자식을 죽이고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로더릭을 변호했던 '앤드루 싱클레어'의 요청으로 비망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는 내용과 비망록과 관련된 사람들의 견해 등을 시작으로 로더릭이 세 사람을 죽인 직후 제일 먼저 눈에 띈 마을 주민들의 진술로 이어진다.

로더릭은 어눌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연년생 누이 제타가 있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눌하긴했지만 또래보다 지능이 뛰어났던 로더릭을 담당했던 선생님은 로더릭의 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공부를 더 시킬 것을 이야기하지만 강경한 아버지의 태도로 로더릭을 진학시키지 못한다. 로더릭은 그가 살고 있는 컬두이를 떠날 생각도 없고 떠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더이상 마을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로더릭은 모험을 선택하는 지주의 넓은 영토와 집을 빌려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가 살아온것처럼 소작질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책 표지에 '하나의 살인 사건, 서로 다른 기록들'이란 문구에 호기심이 일어 지금껏 읽었던 범죄 소설들의 구성을 떠올렸는데 읽다보면 지금껏 만났던 범죄 소설과 다른 구성에 고개가 갸웃해지게 된다. 처음부터 누가 범인일까?가 아닌 첫장부터 세 사람을 죽인 것이 본인이라며 시작되는 이야기에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감춰진 비밀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뭔가 한방이 있을거야....'란 생각에 나름 마지막 한방에 여러가지 가설들을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냥 그대로 큰 한방도, 역전도 없는 마무리에 혹시나 싶어 '옮긴이의 말'까지 샅샅이 읽게 됐던 소설이다.

피고인이 비망록에 적은 내용과 재판 과정을 밟으며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와 범죄 심리학 최고 권위자인 박사,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진찰한 의사의 증언은 소설이라기보다 사건 개요 식으로 흘러가는 구성이라 특이하게 다가왔지만 늘 보던 뭔가 큰 한방이나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범죄 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먼 듯 주구장창 변한없이 이어지는 밋밋한 구성 또한 굉장히 특이하게 다가왔던 소설이다.

로더릭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증언 또한 엄청난 차이를 보일 정도로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이끌어내거나 절묘한 심리묘사를 끌어내는 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지금까지와의 범죄 소설 장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 로더릭이 살해할 때 플로라에 대한 묘사와 사건 후 플로라를 부검한 부검의의 소견서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뭔가 있을거란 기대를 놓지 못했던 나로서는 허무한 감이 없진 않지만 당시 알지 못했던 스코틀랜드의 19세기 상황이 우리나라 지주와 소작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목사의 위선적인 모습, 법을 이행하는 재판관과 배심원들의 심판으로 한 사람의 가치가 결과로만 귀결됐다는 점, 범죄 심리학 최고 권위자인 박사가 수감자들을 관찰하며 내린 것이 근친상간으로 인해 기형적인 모습인 범죄자와 키가 작거나 귀가 크다는 이유가 범죄 유형 분류에 속한다는 관찰은 참 터무니 없게 다가와 어떻게보면 매우 공정한 사건 판결로 끝난 듯한 인상이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모든게 비논리적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없는 로더릭의 모습에서는 끝도 없는 무기력이나 지배성이 느껴져 시대적 절망감이 로더릭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듯했다.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으로 올랐던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같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실존 인물은 한명 뿐이라고한다. 소설이 아닌 실화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는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는 범죄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사실성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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