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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평점 :
작가와비평 / 한국문단의 스캔들 / 홍지화 지음
시대의 한 획을 그으며 뛰어난 예술성으로 찬사를 받았던 그들의 삶과 달리 미친듯한 사랑에 목매었던 그들의 모습은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작년 '사의찬미'란 책을 읽으면서 김우진과 윤심덕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김우진과 어렵게 유학까지 간 악바리 윤심덕의 사랑 이야기는 불륜이지만 그들의 사랑을 너무나 애달프게 그려내 이성적으로는 용납되지 않지만 감정적으로 동요되어 책을 덮을 땐 복잡한 기분이었더랬다. 그런 김우진과 윤심덕을 <한국문단의 스캔들>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드라마를 보는듯한 감정적인 상황이 배제된 채 있는 그대로의 김우진과 윤심덕의 상황을 볼 수 있어 소설과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예술적 영감으로도 한 획을 그었지만 그들의 사생활조차 문단의 한 획을 그었던 천재작가 이상, 염세주의를 품은 모범생 김우진, 세월을 앞서간 여인 나혜석, 정열의 상징 모윤숙의 스캔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소재로 많이 등장했던 괴짜작가인 이상과 금홍이의 게임과도 같았던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진한 절망과 피폐함 때문에 왜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느껴졌고 세월을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의 모습은 아마 조선의 최초 페미니즘이 아니었을가 생각이 될 정도로 여성적인 시선에서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존중을 받기를 원했지만 역시 아이를 놔두고 유학길에 올라 다른 사람을 사랑한 일은 현재 사람들 시선으로도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은 문제라 그녀가 가진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은 멋있게 다가왔지만 차후의 이야기에는 뭐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고 애매하게 다가왔다. 또한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모윤숙이란 인물과 춘원 이광수와의 관계도 꽤 흥미로웠는데 우리에게는 대표적 친일 작가란 낙인이 찍혀있는 그가 여러 여인들과 염문을 뿌렸다는 사실은 또 다른 가십거리로 다가와졌다. 지금 시대에도 흥미로운 가십거리일 수 있는 그들의 사랑이 그 시대에는 얼마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인지, 제 정신일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인지, 그들의 사랑은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바라보기에도 사실 어려움이 있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뭔가 위선적인 느낌이 있기에 그저 그들의 사랑이 조금 어렵게 다가올 뿐이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그들의 사랑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의 사랑 기저에 진한 시대적 절망감이 배어나오는 듯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