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은데 혼자이기 싫은 날,
이리저리 휘둘리는 내 맘을 어쩌지 못하는 그런 날,
위로 받고 싶은데 너무 뻔한 위로는 듣기 싫고
혼자이고 싶은데도 지독한 외로움이 싫은 그런 날,
한없이 가라앉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친구라도 만나 가슴 속 답답함을 털어버리고 싶지만
행여나 나쁜 감정이 전이될까 두려워 차마 누군가를 부르지 못하는 그런 날,
불꺼진 썰렁한 집으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낯익은 길들 위에서 서성거릴 때,
의외로 초연한 내 자신을 만나곤 한다.
<한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감정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느꼈던 수 많은 감정들에 대해
슬프게, 담담하게, 아련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똑같지 않은 부피의 사랑 앞에서 절망하면서도 그 끈을 놓지 못해 애써 내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지탱하던 끈이 톡 끊어진 뒤, 언젠가는 끊어질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저 내가 놓지 못해 붙잡고 있던 그 끈이 얼마나 부질없고 처량맞았던 것인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문득 깨닫게 될 때 그래왔던 기억이 너무 슬프고 그랬던 내가 너무나 가여워서 미치도록 아팠던 날, 그런 감정들이 글 속에 녹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줄 알았던, 자연히 치유될 줄 알았던 그런 감정들은 좀처럼 멀리 달아나지 않아 쓸데없는 조급증이 느껴지고 그렇게 조금은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때 다시금 그 사람의 연락을 받아 어떤 이유라도, 그저 심심하다는 이유라도 좋으니 네가 나를 떠올려준 것만으로 좋다는 생각에 작은 희망까지 느끼지만 얽히고설켜 헝클어진 감정을 푸는 것은 덧없는 것이라는걸 다시금 깨닫게 될 때, 그저 그런대로 놔두었으면 좋았을거라고, 심심하다는 이유로라도 나를 떠올렸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는 마음은 분노와 배신감, 여전히 나에 대한 배려심 부족으로 다가와 그런 너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 저주스러워 밤잠을 설치게 되던 숱한 밤들.
그럼에도 나는 다시 공기를 마시고 아무일 없듯 애써 똑같은 일상을 살아낸다. 언젠가는 잊히겠다고 애쓰지 말자고, 그런대로 기분 좋은 날이 있는가하면 어떤 날은 널을 뛰는 내 마음이 주체가 안돼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며 그렇게 시간을 견디어낸다.
모든것이 부정적이고 절망스러웠던 나날 속에 문득 묵묵히 내 곁을 지키며 바라봐주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서 살아있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게 다가오는 날, 그런 날이 더해질수록 다시금 살아갈 용기와 웃음을 되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랑 앞에서 비굴할 정도로 약해 보였던 내 자신이 떠올라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더랬다. 참으며 3장까지 읽었을 때도 당장이라도 덮고 싶은 충동이 가득하였더랬다. 이상하게 첫장부터 마음이 불편하고 산만하여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됐던 것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찌질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게 무엇보다 너무나 싫었기에 그때의 감정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 듯 너무도 편안한 글을 마주하니 내 마음도 옛 기억속에서 한결 편안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