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비밀스런 욕망을 가득 담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아 조심스럽지만 호기심을 이길 수 없게 만드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데드키>
제목을 보고 정치, 권력, 욕망 등이 얽혀 죽음으로 이끄는 은유적 표현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데드키>는 주인이 죽었거나 등의 이유로 대여금고가 오랫동안 열리지 않는 상태가 계속 되면 은행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던 마스터키를 사용해 내용물을 비운 후 새로운 대여자를 받는데 이때 쓰이는 마스터키를 바로 '데드키'라고 한다. 파산한 은행의 대여금고 속 잠자고 있는 보물들을 노리는 자들의 이야기가 20년의 세월을 두고 등장하는 두 여성의 시선에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1978년 퍼스트뱅크에 입사하기 위해 이모 도리스에게 수개월동안 면접 내용과 타이핑 등의 도움을 받은 베아트리스는 16살의 나이를 숨기기 위해 서류를 위조해 입사 면접을 보게 되고 극적으로 퍼스트뱅크 비서로 취직하게 된다. 험난한 사회생활을 알아가며 같은 비서직인 맥스와 친하게 지내며 당차게 생활하던 어느 날 이모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되고 우연찮게 이모의 방에서 퍼스트뱅크의 대여금고와 관련된 서류와 547이라는 작은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베아트리스는 이 사실을 맥스에게 털어놓지만 547이라는 열쇠와 함께 맥스는 다음날 사라져버린다.
1998년 건축회사의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리스는 비밀리에 새롭게 진행되는 현장 프로젝트 제의를 받아 파트너와 20년동안 폐업되어 방치된 퍼스트뱅크 건물에 설계 업무를 시작하게 되고 첫날부터 대수롭지는 않지만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지만 주말 연짱 일을 하느라 몸과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 그러던 중 사무실 공간에서 547이라고 쓰여져 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하게 되고 조사 결과 퍼스트뱅크 은행의 1300개의 대여금고 중 547번 대여금고의 열쇠란 것을 알게 된다.
1978년과 1998년이란 20년의 세월을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 두 여성을 오가며 대여금고 속 잠들어 있는 보물들을 노리는 자와 도난과 살인, 부정부패의 이야기로 치닫는 <데드키>
손에 땀을 쥘만큼의 스릴러 요소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두 여성의 좌절과 용기가 멋지게 다가왔다.
구조공학자라는 낯설게 다가오는 직업을 가진 작가의 경험이 작품 속 아이리스 속에 충분히 녹아들어 숨겨진 공간을 찾는 등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왔고 그동안 은행과 관련된 각종 비리나 도둑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