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백치 아다다 : 계용묵 단편전집 1 - 한국문학을 권하다 34 - 계용묵 단편전집 1 한국문학을 권하다 34
계용묵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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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북스 / 백치 아다다 / 계용묵 단편전집 1


갓 중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가 사다주었던 한국문학단편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바로 '백치 아다다'였다. 먹고 사는게 비루하지 않을만큼의 재산을 가진 아다다의 집은 열아홉이 되도록 혼처가 나타나지 않아 논뙈기를 지참금으로 붙인다는 조건으로 겨우 시집을 보낼 수 있었으나 먹고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진 것 없고 그런 연유로 장가도 못갔던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지참금으로 가져온 논뙈기와 고분고분 말도 잘들으며 일도 열심히하는 아다다를 복덩이라 여기며 다섯해동안 예뻐해주었지만 점점 재산에 눈이 멀었던 남편이 아다다를 때리기 시작하고 평소 아다다를 예뻐해주던 시아버지가 나서 아들을 나무라는 일이 잦아지면서 남편은 재산을 가지고 집을 나가고 이년의 시간이 흘러 집나갔던 남편이 부자가 되어 말도 잘하고 어른들 공경하는 예쁜 처자를 데리고 들어왔으니 아다다를 향한 남편의 매질은 더욱 거세어질 수 밖에...그리하여 다시 친정으로 쫓겨온 아다다를 친정어머니는 다시 시댁으로 가라며 모진 구박과 매질을 일삼는다. 그런 아다다를 눈여겨 보던 이가 있었으니 부모형제 없이 가난하여 서른이 되도록 장가도 못갔던 수롱은 날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매질을 당하는 아다다를 위로하고 구슬러 이윽고 둘은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집에서 떨어진 어느 외딴 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는 수롱과 아다다, 새로운 터전에서 수롱은 아다다에게 자신이 지금껏 악착같이 모아둔 돈으로 밭을 사서 농사를 시작하자고 얘기하지만 그 말을 듣는 아다다의 표정은 어둡기만하다. 날이 밝으면 수롱은 모아둔 돈으로 밭을 흥정하러 나갈것임이 분명하여 아다다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수롱이 깨어나기 전 둘둘 말아둔 돈을 가지고 바닷가에 가서 모두 버려버린다. 빨리 떠내려가지 않고 둥둥 떠있는 돈들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아다다 등뒤로 수롱이 나타나고 바다 위에 흩어진 돈들을 보게되면서 이들은 파국을 맡게 된다.

중학생 때 읽었던 대부분의 한국문학단편집 중에 유독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백치 아다다와 김동리의 감자였었는데 대략적인 시대상을 안다고해도 두 작품이 주는 내용이 너무 강렬하여 소설을 읽은 후 삶에 대한 허무함이 느껴져 밤잠을 못이뤘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게 된 '백치 아다다' 역시 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수롱이 모아둔 돈으로 밭을 일구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불안한 아다다의 마음이 전해져 아다다만큼이나 심장이 요동치는 기분을 느껴야했으니 몇십년이 지나도 강렬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 나에게는 '백치 아다다'이다.

동시대에 비슷한 작품들을 냈던 작가들보다 계용묵 단편들은 비교적 단어의 이해가 쉬운 편이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작품마다 꽤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와 몰입하여 읽게 된다.

자본과 토지, 지주와 소농들에 대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최서방'에서도 일년내내 등골휘게 일하였음에도 본전도 못찾고 도리어 빚을 지고마는 소농들의 팍팍한 삶은 결국 물도 설고 말도 설은 타향으로 향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어느 시대나 되풀이되어지는 자본주의의 실상이 고민스럽게 다가왔다.

계용묵 단편전집 1편에서는 20편의 단편들이 다양한 시대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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