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브리튼 왕국의 전설적인 왕 리어는 딸과 사위들로부터 왕의 지위를 잃지만 착한 딸인 코딜리어와 그녀의 남편인 프랑스 왕의 도움으로 권력을 되찾아 나이가 들어 죽고 왕위는 코딜리어가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전설과 내용을 같이하지 않는다. 독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비극으로 끝나고마는 이야기는 묵직한 교훈과 안타까움을 남긴다.
브리튼의 왕 리어에게는 큰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 셋째 딸 코딜리어가 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결혼하였고 막내인 코딜리어를 두고 버건디 공작과 프랑스 왕이 그녀의 남편이 되기 위해 경합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리어왕은 세딸을 불러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게 입에 발린 말을 한 첫째와 둘째는 리어왕이 거느린 영토를 나눠갖게 되지만 리어가 그토록 총애했던 코딜리어는 찬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닌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진심어린 말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고 프랑스 왕이 그녀를 왕비로 삼아 본국으로 데려간다.
결국 막내에게 주려고했던 나머지 영토도 첫째와 둘째에게 나눠준 리어는 한달마다 두딸의 성에 가서 머물며 실질적인 영토는 물려줬지만 왕권은 유지하고자한다. 그러나 리어의 예상과 달리 첫째 딸 고너릴의 집에서 머물며 딸에게 푸대접을 받은 리어는 둘째 딸 리건에게 향하지만 미리 언니에게 연락을 받은 리건 또한 아버지에게 살갑지 못한 상황에서 리어는 실성하다시피 폭풍우가 치는 밤 들판으로 뛰쳐나가 울부짖게 되고 딸에게 영토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리어에게 충성을 했던 켄트 백작 또한 내친 상황에서 왕의 절대적 권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리어왕과 두딸의 소동처럼 글로스터 백작 역시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서자의 말에 혹하여 거짓된 편지로 첫째인 에드가를 내친 상황이 리어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 부모와 자식간 사이에서 물질적인 부와 권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실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예전에도 다르지 않은 인간사이의 민낯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모습에서 모든것을 내려놓은 아버지로 돌아왔을 때의 과정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씁쓸하게 다가온다.
아버지가 바라봤던 낙관적인 미래는 결국 모두의 비극으로 끝나게 되고 희망적인 결말을 만나볼 수 있겠다는 당연한 결말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결말에 멍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결말과 달랐기에 씁쓸한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될 것 같다.